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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무슨별 Sep 15. 2023

우유니서 소금사막 투어가 아니면 뭘 하며 하루를 보낼까

우유니 시내에서 무계획으로 놀멍쉬멍 보낸 후기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22xwSyHqqiA?si=MJ7r45PsdmNB8elU


우유니 3일차. 어제의 투어를 마지막으로 하고 셋째 날에는 코차밤바로 빠르게 이동해보려했으나, 버스편이 저녁 시간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루를 풀로 쉬게 된 날이었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본격 쉬어 본 날이었다보니, 처음에는 계속 쉼 없이 달려온 일정이 갑자기 없어진 것에 대한 어색함 내지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동안 너무 과하게 달려온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2주가 넘는 시간동안 단 하루도 푹 쉬어본 날이 없었다니.. 사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이젠 체력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느끼기도 했다. (이 날마저도 달렸더라면 그 이후에 언젠가 한번쯤 컨디션 난조가 왔으려나 싶다)


2월 초 우유니 시내의 길거리 풍경


하루 일과는 매우 단순했다. 아침에 조식을 먹고 방에 들어가 쉬다가 또 점심을 먹고 쉬었다. 레이트 체크아웃으로 비용을 더 지불했기에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늘어지게 휴식을 취한 뒤 오후 4시쯤 느즈막히 나와서는,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시내 카페 ALMIRTO COFFE - RESTAURANT 를 갔다. 아쉽게도 영업을 하지 않아서 대안으로 근처 아무 카페나 들어갔고, 볼리비아 기준으로는 꽤나 가격대가 있었던(4-5천원 선) 초코 프라페 한 잔을 시켜 마셨다. 그리고 여행 2주차가 되어서야 일기장을 처음 펼친 순간이었다.


카페 이름은 CAFE PIZZERIA RESTAURANT - LA TORRE PISA. 피자와 음료를 같이 파는 공간인 것 같았다. 내부는 굉장히 볼리비아 전통스러운 느낌으로 꾸며져 있었고 프라페 맛은 우리가 아는 달달한 초코 스무디 딱 그 맛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음료에 별다를 것 없는 카페였지만, 여유 있는 공기와 분위기가 좋았다. 그릐고 굉장히 오랜만에 종이를 펼쳤다 보니, 어디서부터 무슨 말부터 써야할 지 갈피를 쉽게 잡지 못했지만 그 마저도 ‘그럴 수 있지’ 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카페에서의 시간은 유난히도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음료를 마치고 몇 자 끄적이다가 오래 머무르지 않고 적당히 나왔던 것 같다. (아쉽게도 카페의 무드가 오래 머무르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다)


초코프라페는 매우 평범했고, 테이블보와 패브릭은 역시 남미 답게 화려했다.


그리고 숙소로 오가는 길목에 우연히 발견한 오락실에 들렀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오락기들과 인형뽑기 기기, 그리고 펌프(DDR) 기기가 있었다. 한 순간에 바로 이거다 싶었고 망설임 없이 동전을 넣었다. 우리 돈으로 몇 백원 안 되는 금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점은 기기의 외양에서 이미 짐작하긴 했지만, 완전히 한국 노래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냥 한마디로 한국 오락실에서 보던 그 DDR 기기였다.


타국에서 오랜 한국인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익숙하게 K POP 아이돌 노래를 골랐고, 총 3곡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난이도는 점차 높아지도록 진행했다. 처음엔 몸풀기, 두 번째는 적당한 곡, 그리고 마지막은 마지막 답게 불태울만한 곡이었다. 우유니 시내도 해발 3천 미터가 넘기 때문에 이미 고산 지대인데, DDR를 하면서 확실히 고산 지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평소보다 훨씬 더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쁘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락실에 들어온 현지 꼬맹이들은 웬 동양인 여행객이 마치 자기 동네인 것 마냥 잘 노는 게 신기했는지 관심 없는 척 하면서도 힐끗힐끗 쳐다봤다. 호기심 가득했던 그 시선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평소 같았으면 이것 저것 다른 게임도 하면서 더 놀았겠지만, 이미 DDR 1번 플레이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려서 이만하면 오늘의 에너지는 다 소진되었음을 스스로 선언했다.


날씨가 참 좋았다. 작은 가게들 구석구석 구경했음 좋았을텐데.


그렇게 하루를 늘어진 테이프처럼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은 뗴워야겠다 싶어서 남미 여행 중 최초로 길거리 샌드위치에 도전했다. 케밥 가게처럼 굵직한 쇠 막대기에 꽂혀 구워진 고기를 대강 썰어서 야채와 함께 빵 사이에 넣어 뚝딱 만들어진 샌드위치였다. 가격은 1-2천원대로 저렴했던 것 같고, 맛은 딱 그냥 예상되는 야채 샌드위치에 케첩 & 마요네즈를 뿌린 맛이었다. 재료는 신선했지만 빵은 퍽퍽하고 맛이 좋진 못했으나 이 정도면 크게 탈은 나지 않겠구나 싶어서 안심했다.


다행히 배탈 나지 않았던 길거리 샌드위치. 나름대로 재료는 신선한 편이었다 (아마도)


그렇게 집에 오는 길에 이미 어두워진 길거리를 보면서,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가는구나 생각하며 하루의 끝자락을 느꼈다. 그리고 숙소에 들러 맡겨뒀던 짐을 또 이고 지고 예약해둔 버스를 타러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9시 버스였고 여유 있게 도착했는데, 분명 숙소에서 화장실에 들렀다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괜시리 불안한 마음에 화장실을 한 번 더 가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보통 높은 등급의 심야 버스엔 간이식 화장실이 있는데 그 버스는 화장실이 있었지만 고장이 난 것인지 사용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위치한 유료 화장실을 1볼 내고 이용했는데 시설은… 볼리비아식 푸세식이 이런 건가 싶었다. 아주 작은 뚜껑 없는 변기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볼일을 본 뒤 밖으로 나와서, 바가지에 물을 떠서 그걸 부어 오물을 내리는 아주 수동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그리고 칸마다 환경이 열악해서 누가 어떤 볼일을 보는 지 소리나 시각으로 대략 인지할 수 있어서 프라이버시는 지켜지지 않는 공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밤중에 장거리 이동을 하는 동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녀왔다. 별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라파스 > 우유니에 이어 이번엔 두 번째로 우유니 > 코차밤바 루트로 장기 이동 밤버스에 올랐다. 자고 일어나면 또 새로운 곳에 짠 하고 이동해 있을 상황을 기대하며, 이 밤도 무탈하게 흘러가길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우유니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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