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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무슨별 Nov 07. 2023

고대하던 쿠스코 첫날! 마추픽추 예약, 산페드로 시장

미친 맛의 닭고기 스프 & 누들, 삭사이와만까지~~

*영상으로 미리보기

https://youtu.be/6saAoSpeF9g?si=akqZ3T7Sg1TufVsC


아주 머나먼 거리를 지나 드디어 쿠스코에서의 진정한 첫날이 밝았다. 푹 자고 일어나서 우선은 뭘 해야 할지 계획도 세우고 동네 구경도 할 겸 밖으로 나왔다. 대충 찾아보니 산 페드로 시장이 유명하다고 했고, 숙소 주인분께 물어보니 투어 예약은 번화가 쪽으로 가면 많다고 하여 일단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투어사 2-3곳 정도 들어가서 가격을 문의해 보니 기차 값이 꽤 비쌌고 보통 200불 정도 기본으로 부르는듯했다. 마추픽추를 보는데 기본 25만 원가량을 써야 했는데 숙소에서는 1박 2일 버스로 가는 투어가 100불 정도라고 해서 그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가격이 최소 두 배가 차이 나다 보니, 자세한 것들은 고민하지 않았고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이 결정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지…)



일단 큰 거 하나를 해결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산 페드로 시장의 닭고기 국수가 맛있다고 하여 고민 없이 바로 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었는데 식재료 치즈, 과일, 고기류부터 옷가지, 가방, 액세서리 같은 잡화류뿐 아니라, 기념품으로 선물하기 좋은 알파카 인형이나 초콜릿 등 없는 게 없는 로컬 시장이었다. 먹을거리도 닭 국수 외 다양하게 있었으나 너무나 현지식이라 탈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패스했다.



액세서리는 알록달록하게 다양한 색의 원석을 활용한 것들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고, 에코백이나 작은 알파카 인형이 붙어있는 펜도 귀여워서 기념품으로 사야겠다 싶었다. 일단은 첫날이니 앞으로 천천히 구경해 보다가 떠나기 전에 구매할 계획이었다. 과일도 구경하다 보니 처음 보는 신기한 과일이 있어서 이것저것 섞어서 사봤다. 남미가 과일이 싸고 다양하고 맛도 좋다고 들었는데 혼자서 하는 여행이다 보니 무언가 간단히 사는 게 쉽지 않았었다. 그렇게 여행이 2/3가 지나도록 과일을 많이 못 먹었는데 여기서는 적은 수량도 구매할 수 있었고 때마침 두고두고 먹을 여유도 있어서 과일 몇 개를 사는 그 순간이 소소하게 행복했다.



그리고 닭고기 국숫집은 정말 여러 가게들이 일렬로 쭉 늘어져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나를 반겨주고 주인분 인상이 좋아 보이는 곳에 앉았다. 재료나 음식 생김새는 거의 비슷해 보였는데, 채소도 풍부하게 올라가고 육수도 맑아 보여서 기대가 됐다. 앉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음식이 나왔고 한 입 먹어보니 굉장히 익숙한 맛이었다. 바로 닭백숙의 맑은 그 국물 맛이었다..!!



그리고 면은 약간 통통하고 부드러운 파스타 면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는데, 사실 면보다는 국물과 채소가 정말 맛이었다. 국물은 한 번 더 리필할 정도였고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는지 채소도 더 얹어주셨다. 남미에 와서 먹는 것들 중에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다음에 한 번 더 오고 싶을 정도로 익숙하면서도 맛있는 잊지 못할 맛이었다.



그렇게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숙소로 돌아와서 주인분께 마추픽추 예약을 했다. 바로 내일 이른 아침부터 떠나는 일정이었고, 짐은 숙소에 맡아주신다고 했다. 큰 숙제를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해결해서 마음이 놓였다. 방에 들어와서 좀 쉬려고 보니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같은 방에 룸메이트로 외국인 친구가 있어서 오랜만에 스몰 톡을 시작했다.




그 친구는 이름이 제니였고, 오스트리아인이고 2-3주간 여행을 왔다고 했다. 내일 마추픽추를 간다고 해서 너무나 반가웠고, 그동안 어떤 여행을 했는지 압축된 이야기를 들었다. 쿠스코에서는 서킷 패스권이 있는데 그걸 한 장 통으로 130솔에 구매하면 굉장히 다양한 유적지들을 저렴하게 다닐 수 있어 추천한다고 했다. 나도 그걸 비슷한 코스로 해볼까 싶었지만 마추픽추를 보고 나면 다른 것들은 감흥이 매우 떨어질 것 같아서 고민이 되었다.



생각해 보고 티켓을 살지 말 지 정해야겠다고 하니, 일단 쿠스코에서 마추픽추 제외하고 본인이 가본 곳 중에 가장 추천하는 곳이 2-3개 정도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삭사이와만 이었고 여기는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라고 해서 마침 오늘의 공식적인 일정이 다 끝났다 보니 그곳을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를 마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쉬다가 오후 4시 20분쯤 나왔고, 분명 어디서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데 버스는 내가 앞에서 손을 흔들어도 본채도 않고 쌩하니 지나가버렸다. 정말 당황스러웠는데 정류장에서 만난 친절한 또래 현지 친구 둘이 도와준 덕분에 겨우겨우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두 대 정도를 보내고 나서  세 번째 버스는 거의 따라가서 붙잡듯이 해서 탔다…). 버스 타는 것조차도 이렇게 쉽지 않을 줄이야, 역시나 남미다웠다.




25~30분 정도를 가파르게 오르고 또 올라서 삭사이와만에 도착했다.



[막간 설명 time - 삭사이와만(saqsaywaman)]


삭사이와만은 잉카 제국의 역사적인 수도인 페루 쿠스코 시의 북쪽 외곽에 있는 요새였고 고도는 3,701m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곳으로, 잉카 제국 멸망 후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곳의 돌을 떼어다가 여러 건물을 짓는 데 이용해 현재는 지그재그 모양으로 남아있는 3층의 석벽만 확인할 수 있는다고 한다. 수십 톤에서 크게는 수백 톤에 달하는 커다란 돌을 쌓아 마치 담장처럼 만든 석벽은 길이가 약 360m, 한 층의 높이가 6m에 이르러 감탄을 자아낸다. 쿠스코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유적지에서는 잉카인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입장료는 별도라도 들었는데 5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몰라도(6시 마감) 따로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서도 그냥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나 높은 곳에 큰 바위들이 겹겹이 쌓여져 성곽을 이루고 있는 풍경이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심지어 많이 유실되어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이라고 했는데 그럼 원래의 모습은 얼마나 더 웅장하고 대단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전망도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었고, 그 광활한 공간에서 멍하니 바라만 보아도 좋았던 것 같다. 세상에 오직 나 하나만이 존재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여유롭게 곳곳을 구경하고 바라보고 그 공간이 주는 기운을 오롯이 느껴보았다.




자연 암벽에서 미끄럼을 타는 현지인들 속에 자연스레 파묻혀서 나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 5미터가 훌쩍 넘어 보이는 바위 꼭대기에서 쭉 내려와 보기도 했다.




돌아올 때쯤 현지인이 아주 귀여운 알파카를 데리고 이동하고 있었고, 운 좋게 인생 첫 알파카와 셀카도 찍었다. 여러모로 여유로우면서도 알찬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은 내린 곳 맞은편에서 버스를 타고 왔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서 이대로 여기에 고립되는 것인가 걱정도 많이 했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역시 한 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지만 어찌 됐든 안전하게 돌아왔으니 그걸로 된 것이었다.


숙소에 돌아와 늦은 저녁으로 아까 산 페드로 시장에서 사 온 과일을 먹었다. 아과이만또 라고 하는 주황색 작은 열매는 새콤달콤하니 정말 취향적으로 맛이 좋았고 (새콤한 맛이 강해서 취향 좀 탈 것 같은 과일이었다), 패션프룻과 비슷하게 생긴 개구리알 같은 과육이 들어있는 과일도 맛있었다. 용과랑 생김새와 맛이 비슷한데 껍질만 주황색인 과일도 시원하고 밍밍하니 딱 예상했던 맛이었다. 과일로 배를 두둑이 채우고 나서는 하루가 저물어가는 아쉬움을 과자와 맥주 한 병으로 달랬다. 내일 아침 아주 이르게 출발해야 하는 일정이어서, 빠르게 씻고 마무리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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