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의 발견으로 수술만으로 끝낼 수 있었던 여정이 길어지게 되었다. 림프절 중에서도 수술이 어려운 내유림프절로 전이가 되어 병변을 줄이기 위한 항암을 먼저하게 되어, 나는 유방외과에서 종양내과로 옮겨져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나도 그랬지만, 암에 걸렸다 하면 다들 티브이 속 비니를 쓰고,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는 환자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매체 속 암 환자의 이미지가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도 했지만 다른 점이 많아, 이번 일기는 정보 전달 위주의 일기를 써보려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나의 지난 2년간 보고, 듣고, 체험한 경험을 토대로 적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정보는 주치의 및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꼭 다시 확인하시길 당부드린다.
1.유방암 타입의 구분
유방암에 걸리면 일단 조직 검사를 통해 암수용체에 따라 유방암의 타입에 대해 파악한다.
그 수용체는
호르몬 수용체 2가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her2 수용체가 있다.
이 3가지에 따라 유방암의 타입이 갈라진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 호르몬 양성,
Her 2 수용체 양성이면 허투 양성,
둘 다 양성이면 삼중 양성,
둘 다 음성이면 삼중음성으로 불린다.
큰 치료 과정은 같지만 각각의 유형에 따라 표적치료가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2.수술만 하는 경우
암 병변이 발견되면 전신검사를 통해 다른 곳에 전이가 없는지, 암세포의 크기가 어떠한지를 확인한다. 이때 암병변이 작고, 전이가 없으면 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다. 수술 시 겨드랑이 감시 림프절에도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고, 수술 후 암세포 조직 검사 결과 공격성이 높지 않게 나타나면 항암 치료를 받지 않고 표준 치료 과정이 종료된다. 예방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제일 좋은 케이스다. 보통 1기이신 분이 해당된다.
3. 수술 후 후항암을 하는 경우
수술을 했는데 겨드랑이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발견되거나, 암세포 조직의 공격성이 높거나, 나이가 젊거나 하면 예방적으로 항암에 들어가기도 한다. 수술 한 후에 이루어지는 항암이라고 해서 후항암이라고 한다. 3주간격 4회 이상을 하게 된다.
4.선항암+수술+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
수술 전 전신검사 때, 병변이 크거나 겨드랑이 림프절이나, 내유림프절에서 전이가 발견되면 수술 전 병변의 크기를 줄이고 림프절의 전이세포를 없애기 위해 수술 전에 항암이 들어간다. 이를 선항암이라고 한다.
보통 상태에 따라 3주에 한 번씩 4회 또는 8회의 항암을 하게 된다. 선항암 중 병변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을 관해라고 한다. 관해가 되면 예후가 좋아 모든 환자가 관해를 꿈꾸며 항암을 버티고 있다.
선항암이 끝나면 다시 전신 검사후 수술을 하게 된다. 선항암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수가 2기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선항암 - 수술 이후에도 예방적으로 병변이 발견된 부위에 방사선을 쬐는 방사선 치료를 20~30회 받게된다. 방사선 치료는 병원 영업일에 매일 찾아가서 받게 된다. 그래서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요양병원이나 호텔등에서 장기투숙을 하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유방암 급성기 표준치료과정이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선항암 8회가 꼬박 반년의 여정이기 때문에 수술, 방사선치료 완료까지 8~9개월이 걸린다.
( 기수가 높으신 분들, 또는 암타입에 따라 선항암을 했어도 후항암이 들어가기도 한다. )
5.타입별 수술 후 치료과정
그러나 급성기 치료과정이 끝났다고 치료가 끝이 아니다. 암타입에 따른 표적 치료가 남았기 때문이다.
호르몬 양성은 표준치료과정이 끝나고 향후 5~10년 동안 암수용체가 되는 여성호르몬을 차단하기 위한 치료가 들어간다. 매일 약을 복용하고, 4주에 한번 여성 호르몬 차단을 위한 바늘이 두꺼운 주사를 맞으러 다니게 된다. 나는 이에 해당이 된다. 여성호르몬의 극단적인 차단으로 여성 갱년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힘들지만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허투양성인 경우는 허셉틴등 표적항암치료를 추가적으로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또한 길고 긴 여정이다.
삼중 양성인 경우는 허투양성과 호르몬 양성의 치료를 모두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삼중음성은 유방암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어 치료과정에서 따로 표적 치료는 없으나 예방적 치료로 후항암으로 젤로다 항암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또한 손, 발 저림, 피부색 변색, 피부 벗겨짐 등의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삼중음성은 향후 3년간 재발이 없으면 재발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암종이다. 그래서 3년만 잘 이겨내면 낸다는 희망으로 투병하시는 분이 많다.
6.장기 전이의 경우
림프절 전이가 아닌 뇌, 폐, 간, 뼈등의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전이된 경우는 수술이 불가하다. 그래서 끊임없는 항암을 통해 치료를 이어나간다. 내성이 생겨 약이 들지 않으면 다른 항암약으로 바꾸는 식이다. 치료 중 전이된 암세포가 사라지면 수술을 하기도 한다.이런 4기 환자들에게 슬픈 질문은 주변인들의 "치료가 언제 끝나는 거야?" "항암은 언제까지 해?" 이다. 질문하지 말고 조용히 손 잡아 주고, 같이 산책 다니고, 몸에 좋은 음식 사주자.
이상 표준치료과정을 정리해봤다. 지난 내 2년간의 생활이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되는 걸 보니, 이렇게 간단하기만 한 과정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글에는 적히지 않는 환우들의 공포와 불안과 좌절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 당신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