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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울 Feb 02. 2020

비밀의 문

외계인 잡념이 지구 생활 사진에세이 23

어른들은 모르고 아이들만 아는 게 있어. 

바닥에 물이 고이면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비밀의 문이 생긴다는 것. 

어른들은 피해 가지만 아이들은 일부러 밟으려 하잖아. 

그러면 밟지 마라고 얘들을 다그치지. 

얘들은 비밀의 문에 가보고 싶은데, 어른들은 옷 안 버리는 게 더 중요하거든.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면 어땠는지 다 잊어서 그렇기도 해.


다시 가르쳐줄게.

일단 열쇠가 필요해. 자기가 젖었다는 걸 모르도록 장화를 꼭 신어. 패스포트 같은 거야. 

왜 아이들이 비 오는 날이나 비가 그친 그다음 날까지 장화를 신겠다고 떼를 쓰겠어?


그다음에 물 웅덩이 가장 깊은 곳으로 걸어가. 

장화에 물이 올라온 만큼 너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간 거야. 

조금 다른 기분이 들지?


쪼그려 앉아 물속에 비친 세상을 봐. 

멀리 있는 것도 보고, 가까이 있는 것도 찬찬히 들여다봐. 

신기하지? 물속 세상인데도 심도가 있어. 

그곳은 평면의 세상이 아니야. 깊이가 있다고.

그대로 바닥에 손을 대면 빠져버릴 것 같을 거야. 


이번에는 살살 물웅덩이를 산책하듯 걸어봐. 

하늘을 걷는 기분이 들지?

얘들처럼 뛰어도 좋아.






#믿거나 말거나는 참 좋은 말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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