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취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열정적인 일을 하면서 밥 굶지 않을 정도의 돈을 벌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낭만적인 꿈 덕분에 지금 나는 일을 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인생에 의미 없는 하루를 살게 하는 괴로운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직무에 대한 회의감,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며 먹고살 것인가 고민하던 끝에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간직해 오던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땄다. 타인의 건강한 삶을 이끌고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가면서 사람들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소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의 성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약 2주간의 연차를 투자했고, 퇴사까지 각오하며 딴 자격증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수료시점이 다가올수록 현실적으로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3~4개월의 공부만으로 이 직업 세계에 뛰어들어도 될지 두려움과 불안감에 조용히 회사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시도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후회는 직장생활이 고되고 힘들 때마다 불쑥 다시 올라와 흔들 때가 많았다. '내가 겁먹고, 시도조차 못했던 것 같은데 지금 하는 회사일이 내가 꿈꾸는 인생은 아니잖아. 한 번 사는 인생 도전 해보자.'
티칭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강사,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 하나로만 뛰어들기에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수차례 이력서 탈락에 좌절도 했지만 여러 번 시도 끝에 한 곳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면접하면서 처우 보상에 대해 설명을 들어보니 급여는 지금 내 월급의 3/1 수준이었고, 근무 시간 대비 식대와 교통비를 제외하면 내가 온전히 쓸 수 있는 돈은 50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티칭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블로그 포스팅도 해야 했고, 부수적인 업무도 있었다) 당장 매월 정기적으로 나가는 적금, 보험료도 못 낼 수준이다.
내가 알고 있던 평균적인 필라테스 강사 급여는 근무 형태, 센터별로 차이가 있는 듯했다. 첫 시작 1년은 경험이 없는 초보 강사기 때문에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뒤돌아서보니 진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월급, 내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을 후회하지 않고 만족하며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나는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다행히 나의 걱정과 별개로 합격 전화는 오지 않았다.
역시 나에게 이 정도 월급을 챙겨줄 곳은 회사밖에 없다며, 면접 시도를 해본 것에 대견하다 안도하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급여가 너무 적고 근무환경, 직장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정한 조건이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인생 가치관을 가볍게 무너트렸다.
돈은 나를 깎아먹고 욕먹어가며, 화를 누르고 버텨낸 내 시간들과 맞바꾼 월급의 개념 이상의 가치가 분명히 있었다. 돈 때문에 일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돈, 월급으로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하기 싫은 이 일을 함으로써 나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 (헬스, 필라테스)을 다닐 수 있고, 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기 계발 (영어공부, 새로운 자격증 취득)을 구애받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게 하고, 아프고 힘들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안정감을 주고 있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단순히 소비를 떠나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나의 삶을 확장시킬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 된다. 나의 삶을 지탱하는데 돈은 경제적인 현실측면에서도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을 본다면 큰 의미고, 이것을 얻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은 돈을 담는 항아리라는 것. 항아리가 크고 단단하다면, 그 안에 담기는 돈은 넘치는 법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커다란 항아리를 빚는 것이야말로 돈을 벌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돈과 나와 일』, 김광혁 '일은 돈을 담는 항아리' part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고려하라고 한다. 어떤 가치관을 실현시키고 삶을 담을 것이지 말이다. 하지만 '돈'에 대해서는 어떻게 취득하고 소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돈만 벌기 위한 일은 괴롭고 고통스럽다. 그 돈이 나에게 어떤 가치로 쓰이는지 생각해 본다면, 나와 일 중간 사이에서 '돈'은 어디까지 벌고 쓸 것인가 선택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따지듯이 일과 돈의 균형을 살피고 그 안에서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선택하면 된다. 그 선택에 책임이 따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