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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Aug 22. 2021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의 회고록

[책] 왜 일하는가


나의 업무 skill, 일에 대한 전문성을 되돌아 볼때가 많다. 전문직과 달리 일반 사무업무 직장인들은 쉽게 외부환경에 흔들릴 수밖에 없고 회사와 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작년에 6년간 뷰티 화장품 유통업 영업직을 퇴사했을 때,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고자 8개월의 휴식시간을 마음 먹었다. 나이 제한 없이 뒤늦게라도 지원이 가능한 간호 조무사, 공무원 등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보는 대표적인 전문직을 알아보곤 했다. 하지만 결코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고, 미래의 안정성만 보고 달려들기에는 적성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하다고 보였다.


나를 위한, 내게 맞춘 직장은 없었고 지금까지 하던 업무 경력을 살려서 지원하는 것이 그나마 면접 제안을 받는 수준이었다. 취업 준비 시간, 수차례 면접을 거치면서 자신감도 잃어갔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기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찾기엔 막막했다. 무작정 내가 하고 싶은거, 좋아하는 걸 찾을때까지 경험을 많이 해보겠다는 의지도 통장 잔고 눈치를 안볼 수 없었고 어느정도 현실과 타협해 7월에 두번째 직장에 입사했다.

두번째 직장에서 어느덧 8개월차가 되어 내가 적응하는 것과 별개로 빠르게 회사 상황에 목표가 시시각각 바뀌는 변화에 따라 조직의 여러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업무, 직무가 축소되면서 내가 할일이 뭘까 고민하게 됐다. 그동안 적응하겠다고 달려온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일조차도 뚜렷하지 않았다.

직업적 소명보다는 직장인으로서 업무를 했던 수동적인 자세때문인지 몰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이 업무마저 사라진다면,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의미는 뭘까. 당장 직장을 잃는 것도 아닌데, 조직이 변화되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과 나의 쓸모에 대해 쓸데 없이 고민했다.


일하기 싫었다.


남은 일을 마무리하는 구성원 중 한명으로서 내가 뭘 하고 있는걸까 비교하며 일주일 간 우울했고 퇴근 시간쯤 되면 녹초가 되어 이야기할 힘도 나지 않았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한다고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도 뜸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소홀했고, 그렇게 달려왔지만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니. 이것도 저것도 다 놓친채 내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일은 엉망이 된 느낌이었다.


[책] 왜 일하는가/ 누구에게 상황설명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얘기하는 것도 귀찮고 혼자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어떻게 떨쳐낼까 하다가 서점에 들러 이 책을 발견했다. 책을 읽으면서 일을 왜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하면서, 상황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1. 꾸준히 성실하게 그저 나의 길을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 걱정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업무가 달라질 건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보지 못하고 빠르게 지나왔던 것들을 다시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그로인해 깊이감을 더했다. 빠르게만 달려오면서 보지 못했던 것을 다시 정비하고, 내가 마무리하지 못한 건 없는지 새롭게 하면 좋을 것이 뭔지 살펴볼 수 있었다.


2. 내가 하는 일에 가치를 발견할 것

전문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치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직업이 아닌 직장인이라는 틀에 갇혀 스스로 재능과 능력이 크게 필요없는 업무라고 생각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는 걸 떠나서 이 일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일 자체에 어떤 가치를 발견하기 어려운 거라면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나의 역량 가치를 발견하고자 했다.


3. 현재에 몰입하자

지나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지금, 앞서나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생각보다 걱정했던 만큼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딱 맞았다.


그럼에도 아직 여전히 일은 하기 싫다.

내 인생에서 일이 뭘까에 대한 나만의 가치,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마음을 거쳐가는 시간들이 더 단단하게 나를 다져주고 있다. 이 두께가 쌓이면, 언젠가  담담하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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