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연차로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냥 쉬고 싶었다. 두 번째로 다니는 이 회사에선 짧은 시간 동안 회사, 조직생활에 대해 전과 다른 일들을 겪는 것 같다. 빠른 업무 흐름 속에서 쉽게 진이 빠지고 넋이 나가기도 하고, 커리어의 방향성과 삶의 목표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앞으로 나의 밥벌이 인생에 대한 방향에 대해 지금 나의 길을 자주 되돌아보게 된다.
최근에는 일 외에도 자기 계발에 강박증이 있었다. 영어공부, 운동, 책 읽기를 꾸준히 하기 위해 퇴근 후 일정을 빼곡하게 채워 하루 달성 기록을 동그라미 치며 갓생을 살아보자 했다. 영어, 운동, 책 읽기는 자기 계발의 기본이긴 하지만 본질적인 행위의 목적은 나도 열심히 살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을 것들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기준이 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나의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남모르게 피로를 쌓아왔다.
이것저것 하다가 최소한으로 줄인 게 영어, 운동, 책 읽기, 글쓰기였다. 이것만큼은 꼭 내가 필요하며 하고 싶은 것들이다. 그래서 더욱 습관 길들이기에 집중해보고자 했는데 하루종일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 스케줄에 나도 모르게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아무 일 없이 쓴 연차는 허무했고 금방 지나갔다. 집에서 쉬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아침에는 습관적으로 눈이 떠졌고 그 와중에 운동, 영어공부, 글쓰기 하루 목표는 채웠다. 맘 편히 쉰 건 아닌가 보다. 하기 싫은 하루를 피하긴 했지만 평생 피할 수 없는 날들을 조금이라도 즐기면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9년 차의 직장생활 커리어는 안정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방황하고 헤매는 지금이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