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위한 헨델의 헌정곡

기념일과 클래식(15) - 1.1 신정 기념

by 푸르름


추천곡 : 헨델의 HWV 56번 ‘메시아’


‘5, 4, 3, 2..... 뎅’

고등학교부터 집을 나와 밖에서 생활하였지만 우리 집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다. 그것은 1월 1일 제야의 종만큼은 반드시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들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대학에 가서도 군대에 있을 때에도, 심지어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 방황하고 있을 때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종소리 하나만큼은 가족들과 듣곤 하였다.


비록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보신각에서의 타종 행사 대신 작년 모습을 영상으로 본 것이 다였지만, 종소리가 하나하나 울려 퍼질 때마다 올 한 해에 대한 기억이 교차하며 떠오르는 듯하였다. 별것 아닌 단순히 모여 티비를 함께 보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관례를 통해 올해는 어떤 게 아쉬웠는지, 내년에는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나에게는 새해의 달력을 걸어 놓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날이다. 그만큼 1월 1일은 단순히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시각적 느낌을 넘어 새로움이라는 6번째 감각을 느끼게 하는 날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2022년의 첫날. 소개하고픈 곡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작품 번호 HWV 56번인 ‘메시아’이다. 특히 2부 마지막곡 ‘할렐루야’는 모르는 이 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으로 현재까지도 헨델의 오라토리오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이다.

조지 프레드릭 헨델은 바흐와 더불어 바로크 시대를 양분하는 음악의 어머니이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용어를 일본에서 차용한 우리나라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서양에서는 이러한 표현을 쓰지 아니한다. 그러나 바흐와 함께 클래식 역사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였으며 모차르트와 베토벤과 같은 후대의 음악가들은 그의 음악을 편곡하고 배우며 클래식을 발전시켜왔다.

헨델은 굉장히 세속적인 인물로 일평생 돈과 명예욕을 쫓아 살아왔다. 일례로 1710년 헨델은 이탈리아서 만난 게오르크 루트비히를 통하여 하노버 왕국의 악장으로서 임명되는 영광을 누린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런던에서의 성공을 맛보고는 당시 영국 국왕 앤 여왕을 위해 1713년 <탄생일을 위한 송가 HWV74>를 선사하여 연금을 받고는 그대로 영국에 남아버린다. 그러나 당시 영국 국왕 앤 여왕은 후사가 없었으며 더군다나 왕위 계승권에 근접한 다른 영국인들은 모두 가톨릭이라 신교도인 하노버의 게오르크가 3순위가 된다. 그리고 1714년 거짓말처럼 게오르크는 조지 1세로써 영국 국왕이 되어 다시 헨델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그는 1717년 수상음악이라는 유람선 선상에서 연주하는 곡을 통해 왕이 3번이나 엥콜을 외치도록 마음을 사로잡는 기염을 토한다.

이후 영국에서 편안한 삶을 보장받은 헨델은 2번의 왕립 아카데미를 통해 오페라를 끊임없이 작곡하였으며, 오페라가 몰락해 버린 이후에는 오라토리오를 작곡하며 말년까지 작곡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기 그가 작곡한 곡이 1742년의 ‘메시아’였다. 메시아는 얼마나 유명한지 7~8번 연주되면 연주하지 않던 다른 곡들과 달리 매년 12월~2월 사이 끊임없이 연주되고 있으며 아직도 연례행사처럼 멈추지 않고 연주되고 있다.


당시 헨델은 수많은 빚을 지고 있음에도 더블린의 자선 음악단체인 필하모닉협회의 요청에 흔쾌히 의뢰를 수락하였다. 그는 오페라를 작성하였을 때에 서정적인 느낌을 화려한 기교와 섞어 24일 만에 이곡을 작곡하였다고 한다. 1부의 ‘예언과 탄생’ 2부 ‘수난과 속죄’ 3부 ‘부활과 영생’이란 이름하에 2시간에 이르는 엄청난 스케일의 곡을 24일 만에 작곡하였다는 것은 헨델 스스로도 신에 대한 신앙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일 것이다.

메시아는 초연 당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으며 2부 마지막곡 할렐루야를 듣던 조지 2세가 기립하여 들었다는 전승 이야기 덕에 지금도 할렐루야 합창 부분에서는 기립하여 듣는 관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또한 돈과 명예욕이 상당한 헨델이었지만 평소에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선사업을 많이 해오던 헨델은 초연에서 얻은 모든 수익을 자선사업에 쓰이게 하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음악부터 작곡 전후 과정까지 ‘메시아’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라 하겠다.

구약(이시야, 말라기서 등)과 신약, 영국 국교회의 기도문을 여러 구절을 섞어 만든 메시아는 일관된 스토리가 없고 자유분방한 특성 때문에 교회음악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곡이었다. 더군다나 오라토리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곡은 교회를 위한 것이 아닌 상연 목적의 작품이었다는 점도 교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형식화된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오직 메시아의 찬양과 환희 만을 녹여낸 이곡은 영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받아왔고, 그 덕에 연말에 교회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다.

이후 모차르트와 멘델스존 등 수많은 이들이 메시아를 편곡하면서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 왔으며, 하이든이 작곡한 관현악곡 ‘십자가위의 일곱 말씀’에서 메시아의 여향을 받았음을 짐작케 하는 서주를 도입함으로써 메시아는 후대 음악가들에게도 짙은 영감을 드리우고 있다.


오늘은 헨델의 곡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인 메시아에 대해 설명해 보았다. 헨델은 사후에도 1759년 4월 6일 메시아 연주를 듣고는 집에 돌아와 가난한 음악가들에게 1천 파운드를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8일 뒤 사망하였다. 그러나 그의 메시아만큼은 죽지 않고 기독교인이건 비기독교인이건 매년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진다. 이를 통해 세계인 모두가 마치 보신각 타종을 듣는 우리 가족처럼 새해를 기념하고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하였으니 가히 인간 헨델이 우리에게 전하는 최고의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년보다 힘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새해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은 설렘 든 만감이 교차하는 새해 첫날. 이미 귀에 익은 할렐루야를 들으며 새해를 시작해보는 것을 어떨까? 친근하면서도 그 웅장함에 새로이 놀라며 마음속 달력을 새롭게 바꾼다면, 부정적 감정 대신 헨델이 당시 느낀 벅찬 느낌으로 새해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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