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과 클래식(14) - 12.25 성탄절
추천곡 :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중 제1부 ‘탄생’-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크리스마스는 역설을 품은 날이다.
매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희망하듯 영하를 웃도는 날임에도 그 전날부터 크리스마스는 다양한 감정들로 훗훗하게 우리를 덥혀준다. 누군가에겐 가족과 지냈던 따듯함이, 때론 연인과 함께했던 뜨거움 그리고 고생한 스스로에게 주는 포근함이 크리스마스에는 뒤섞여 있다.
그러하기에 온갖 장갑과 목도리로 치장을 하여도 크리스마스는 따듯한 날이다. 저마다의 이유가 모여 크리스마스를 고대하고 추억하는 이날만큼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며 한해를 붉은색과 하얀색으로 장식한다.
이렇게 차가운 눈 속에 아름다우면서도 따듯함을 품은 크리스마스에 소개할 곡은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이다. 그리고 이곡중에서도 바흐가 크리스마스에 연주되기를 바랐다는 1부: 탄생(Jauchzet, frohlocket: 기뻐하며 즐거워라)을 추천하고자 한다. d장조로 곡 내내 환희를 노래하는 이곡을 바흐가 추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부터 짧게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 대해 알아보며 크리스마스를 고대해보고자 한다.
바흐는 종교적인 음악을 매우 많이 썼는데, 이러한 종교적인 작품으로 칸타타, 수난곡, 그리고 오라토리오 세 가지를 남겼다. 2개의 수난곡과 오라토리오는 3곡이 전해지는데 비해 칸타타의 경우 200여 곡에 이를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남겨져 있다.
짧게 세 가지를 비교하자면
1. 수난곡의 경우 종교적인 색채가 매우 강한 작품이다. 내용 자체도 성경의 사복음서의 기초로 한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담아 마치 성경을 음악으로 시각화하는 느낌을 준다. 수난곡 중 유명한 곡으로는 바흐의 요한 수난곡과 멘델스존이 발굴한 마태복음 26,27장을 기초로 한 마태오 수난곡이 있다.
2. 칸타타의 경우 롯데칠성에서 만든 이병현의 커피가 아니라 노래하다는 cantare란 이탈리어에서 나온 것으로 애초에 독창을 위주로 세속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오라토리오와 비슷한 시기(17c)에 같은 나라(이탈리아) 등장하여 지금은 독창과 합창 또한 함께 이루어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오라토리오보다 짧고 더극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가장 큰 차이인 극을 설명하는 해설자(테스토)가 없다는 점이 큰 차이이다.
3. 오라토리오의 경우 교황청의 부속된 예배당에 있는 기도소를 뜻하는 ‘oratory'에서 유래란다, 대규모라는 점과 스토리가 존재하는다는 점은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오페라가 세속적인 주제를 다룬 것과 달리 오라토리오의 경우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 외에도 오페라가 연기와 무대, 의상 등을 중시하는 무대용 음악인데 비해 초기를 제외한 오라토리오는 줄거리는 있지만 연기가 없는 점이 특이한 점이다. 더군다나 앞서 설명하였듯 테스토라는 해설자가 존재하는데 이는 4c부터 내려져오던 수난곡의 ‘복음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바흐는 세 곡의 오라토리오를 작곡했는데, 부활절을 다룬 오라토리오, 그리고 승천일을 다룬 오라토리오 끝으로 오늘 설명할 크리스마스를 다룰 오라토리오를 작곡하였다. 이 중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가장 오라토리오의 특징을 가지지 않고 있는 이질적인 곡이다.
헨델에 의해 오라토리오가 통일된 이야기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했음에도 바흐의 곡은 전체 스토리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은 채 누가복음 1장 1절부터 ~ 21절, 마태복음 2장 1절 ~ 12절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더군다나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패러디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칸타타를 차용하였다. 64개의 악장 중 몇 개를 제외한 60여 개의 악장에서 BWV 213번 ‘우리로 하여금 돌보게 하라’는 작센지방의 프리드리히 왕자의 생일 축하 칸타타로 ‘갈림길에선 헤라클레스’라는 별칭이 붙은 곡을 차용하였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드레스덴 왕후인 마리아를 위해 작곡한 BWV214번 ‘북소리와 나팔소리를 울려 퍼져라, BWV215번인 작센지방에 프리드리히 2세를 위해 작곡된 ’그대의 행운을 찬양하고 축복받아라 작센이여 ‘를 수많이 인용하며 패러디 곡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곡들은 대부분 세속적인 곡으로서 종교적인 오라토리오에는 맞지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30~40%가 넘는 부분이 이미 작곡된 칸타타에서 차용했다, 또한 현재까지도 우리가 모르는 칸타타에서도 많은 인용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바흐의 이러한 패러디적 모습이 종교적인 바흐가 세속적인 부분도 중시 여긴다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바흐의 행동은 세속적인 칸타타를 교회의 음악으로 덧입혀 종교적인 면모로 완성 시키려는데 목적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양한 음악이 비빔밥처럼 섞여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곡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총 6부작으로 이루어진 크리스마스의 오라토리오는 각 부가 개별적인 칸타타 6개가 모인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 이제 1부에 대해 알아본 뒤 짧게 나머지 5부작을 알아보도록 하자.
1부는 ’ 탄생‘으로 기뻐하며 즐거워라이다 이곡은 누가복음 2장 1절과 3~7절을 바탕으로 하며 총 9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1부는 전체 중에서 가장 유명하며 마리아가 다윗의 탄생지이기도한 베들레헴에 도착해 그리스도가 탄생하기까지를 내용으로 한다. 내용이 내 용인만큼 시종일관 D장조의 활기찬 음악으로 트럼펫을 이용하여 온통 환희로 가득 찬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끝에 이르러서는 다음 2부에 나오는 목자들과의 연결성을 보이며 마무리한다. 바흐는 이곡이 크리스마스 예배 당일에 울려 퍼지길 바랬으며 오전에는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 그리고 오후에는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이 열리며 바흐의 소망은 성취되었다 볼 수 있다.
2부 두 번째 크리스마스의 날로 양을 기리는 목자들에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기서 천사는 목자들 앞에 나타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리고 있으며 1부와 달리 시칠리아 풍의 목관악기로 G장조를 사용하고 있다.
3부는 세 번째 크리스마스 날로 앞서 천사에게 고지를 받은 목자들이 베둘레헴에 도착하여 탄생한 예수를 확인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3부는 1부와 같이 트럼펫 연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탄생한 그리스도의 모습을 나타낸 만큼 축제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다.
4부는 새해 첫날을 표현하며 그리스도가 유대 율법에 따라 태어난 뒤 8일 뒤에 할례를 받은 것을 나타낸다. 이때 호른을 이용하여 F장조를 사용하여 3부의 D장조와 연계되는 느낌을 준다
5부와 6부는 동방박사의 관한 이야기로 5부는 헤롯왕에게 유대의 왕을 찾는 동방박사의 이야기를, 6부는 동방박사가 베들레헴에서 탄생한 그리스도를 발견한 후 이를 경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주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미 작곡한 부분을 수많이 인용하여 같은 부분을 띠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표현을 가지게 되어 환상적인 오라토리오를 완성하게 되었다.
어쩌면 지루하고도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오라토리오를 추천하는 것에 대해 의아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크리스마스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이 바로 마치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라 생각한다. 우리는 개인의 수많은 경험들이 모이고 인용되어 각자가 기억할만한 크리스마스 들을 1부씩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크리스마스들이 몇 해씩 모여 여러 부작으로 만들어지면 거대한 합주곡 형태를 가진 지금의 크리스마스가 완성된다 믿는다
유독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12월 25일 올해 성탄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기억과 설렘이 필요하다. 따라서 종교적인 의미에 중점이 두기보다는 바흐가 선사하는 웅장하고 환희에 가득 찬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들으며,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우리만의 1부작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떠할까? 시기적으로 힘든 나날이지만 크리스마스가 역설을 품은 만큼 이럴 때 더 따스한 기억들이 다양하게 보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 한 해.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1부의 부제와 같이 모두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