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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ypy Apr 10. 2024

수퓌퓌가 그리는 세상_SENDAI

다부지고 올망졸망했던 언덕

쿄 신주쿠에서 밤 버스를 타고서 센다이로 넘어왔다. 북쪽 지방이라서 그런 것인지 새벽녘 찬 공기 탓인지 서늘한 기운이 옷 사이로 스며들었다. 사실 여행에서 편견이라는 게 제일 무섭건만 도호쿠 지방의 후쿠시마 원전이 있기에 센다이는 둘러보되, 편의점과 식당가는 가지 않겠다 다짐한 채로 센다이에 들어섰다. 꽤나 큰 도시인 것이 JR 역에서 느껴졌다. 역내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었고 센다이를 기점으로 일본 전역의 열차들이 오고 가는 게 보였다. 센다이역에 짐을 맡기고서 시내버스에 올랐다.

길게 있진 않을 거라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다 내가 향한 곳은 다테 마사무네 묘이다. 일본에서는 사찰을 가서 나 무사 묘에 가는 게 사실 조심스럽다. 그건 우리네 역사가 가진 아픔 탓이기에. 그렇지만 다테 마사무네 묘는 한번 가보고 싶었다.

다테 마사무네는 센다이 자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하는 당주라고 한다. 마사무네는 천연두로 한쪽 눈을 잃어버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 채 자랐다고 하나 용맹함은 가히 최고였다고 한다. 마사무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동시대인물인데 그리 순종적인 인물은 아니었던 듯하다. 임진왜란 때도 참가하여 조선을 침략한 무사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다만 다른 무사들과는 다르게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혹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시늉만 했다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조선의 겨울이 너무 추워서 전쟁에 염증을 보였다고도 한다. 확실한 건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살가운 관계는 아니었던 듯하다. 센다이를 세우고 지지했던 그의 자취를 쫓아 서봉전(즈이호덴), 그리고 다테 마사무네 묘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던 길은 새벽녘의 찬바람과는 다른 훗훗한 더운 바람으로 차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더운 바람에 조금은 지쳐갔지만 산속 초록 내음에 이내 힘을 얻고 걸을 수 있었다. 서봉전은 개인이 관리하는 곳이라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료는 ¥570 이었고, 현금, 카드 모두 가능했다. 서봉전은 따로 홈페이지도 관리하고 있어서 사전 공부 및 서봉전에 대한 공부도 미리 할 수 있었다.

서봉전은 마사무네뿐 아니라 그 아들과 가문들의 묘가 함께 있었다. 처음 맞이하는 게 서봉전이었고 들어가서 걷다 보면 감선전, 선응전으로 마사무네 아들의 묘도 함께 있다. 내부는 묘와 함께 마사무네에 대한 설명들이 잘 나열되어 있고 화려한 건물들이 마사무네의 성정을 내보이는 것 같았다. 또 산속에 자리 잡고 있어 녹음과 하늘의 푸르름이 어우러져서 산책하는 기분도 함께 느끼게 해주었다.

한 시간 정도 되는 시간을 둘러보고 다시 내려왔다. 단순한 묘가 아니라 한 가문의 집대성을 보고 나오다 보니 센다이의 한 역사를 읽고 나오다 보니 그리 짧게 지나쳐오진 못했다. 역사 공부도 하고 산책도 하고 센다이의 한 조각을 잘 음미했다.

마사무네 묘에서 내려와서 버스로 한 정거장 이동 후, 다음 포인트인 혼마루 회관으로 올랐다. 도호쿠대학에서부터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약 40분을 걸어 올라갔더니 꽤나 힘들었다.

센다이는 마사무네 묘도 그랬지만 곳곳에 안내 표지판이 꽤나 깔끔하게 잘 배치되어 있었다. 도시를 대표하는 무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일까? 도시 전체가 단단하고 올망졸망해 보였다. 성을 없고 성터만 남은 센다이 혼마루 회관에는 마사무네의 동상이 멋들어지게 조각되어 있었다.

이곳은 센다이의 제일 높은 곳으로 이곳에 올라서니 센다이가 모두 내려다보였다. 도호쿠 지방의 가장 큰 도시라고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도시는 다부지고 올망졸망해 보이는 곳이었다. 동상부터 다부져 보이는 것이 이 도시는 뭔가 단단함이 느껴졌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곳의 높은 곳에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게 된다. 그러면 그 도시의 그림체가 느껴지곤 한다. 지금처럼.

한편에 놓인 쉼터에서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도시를 바라보면서 한참을 쉬다가 혼마루 회관 성터를 벗 삼아 내려왔다. 올라오는 길은 꽤나 숨이 찼었는데 내려가는 길은 쉬웠다. 그리고 도호쿠대학에 유학을 왔었던 아큐정전의 뤼센의 흉상도 있었다. 응? 아큐정전의 그 뤼센이라고 몇 번을 되물었는데 그 뤼센이 유학을 왔었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꽤나 숨겨져있으니 잘 찾아가야 한다.

일단 센다이에서 꼭 가야 할 2군데를 찾아가 보았는데 회 한 번 더 갈 기회가 있다면 "니카 위스키"와 "오사키 하치만 궁"을 한 번 더 가볼까 싶다. 도호쿠대학도 한 번 진득하게 대학 투어를 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쉽지 않게 방문한 도시였지만 흥미로움을 가득 채우고 돌아가게 되었다. 특히나 소도시라 대도시만큼 복잡하지도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재미있었다. 다만 버스에서 내려서 또 걸어가야 하는 곳들이 많아서 걷는 거리가 많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짧지만 알찬 센다이를 둘러보고 다시 도쿄로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체크포인트

센다이 = 마사무네의 도시

도쿄-센다이 버스 ¥5,900 (6시간)

마사무네 묘 입장료 ¥570

닛카 위스키 증류소가 센다이에 있음

혼마루 회관 오르는 길은 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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