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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질 때 내가 쓰는 방법

D-7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자

by 회색토끼


공모전 접수가 끝나고 한동안 글을 못 썼었다. 그게 아픈 것도 있었지만 그냥 글이 안 써졌다. 그 이전까지만해도 무슨 참기름 발라놓은 것처럼 술술술 글이 흘러나왔다.


“와 나 천재아닌가!?”


감평 봐주시는 선생님도 같이 감평 받으시는 분도 내가 손이 빠르다며 칭찬해주었다. 그런데 비축분 35화가 끝나자마자 그냥 마음이 놓여져버린 것이다. 내가 완주했다는 기쁨.


그 때부터였다. 글이 안 써졌다.


“왜...다음 장면이 안 떠오르냔말이야!!”


분명히 기승전결 트리트먼트도 다 짜놨는데 세부 스토리는 대충만 생각해놔서인지 끊어져버린 기차마냥 뇌가 정지해버렸다.





이럴 때 써 본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1. 아무것도 쓰지 말아라. 쉬어!

다른 흥행작을 읽으며 공부하고 쉬어보았다. 가끔 필사도 해보았다. 어쩌면 뇌에 과부하가 온 것일지고 모르니까. 이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3일쯤 지나니 다시 마음이 복작복작 볶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영감이 떠오를 듯 말 듯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빨리 효과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님)


2. 억지로 쥐어짜듯 쓰자

이건.. 어느정도 각이 잡힌 다음에 쓸모 있는 방법이었으나 정말 빈털터리처럼 아무 생각이 안 나는데 억지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봤자 쥐어짜도 나오는 건 없었다. 꽥.


3. 전체 스토리 흐름 점검하기

제일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었다. 나무만 바라보다가 숲으로 조망을 바꾸는 것이다. 내가 쓰는 이야기는 200화 분량의 긴 이야기니까 지금 난 어디쯤 왔고, 이 에피소드는 어떤 규모로 어떤 인물이 새로 나오며 어떻게 나중 이야기와 연결시킬 것인지를 스케치하듯 생각해보는 것이다. 에피소드의 큰 틀을 재점검하자 캐릭터의 사연도 다시 되짚어보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4. 꼭 지켜야하는 강력한 마감을 만들기

동력이 생긴 건 좋았으나 나중을 위해 비축해보자! 라고 마음을 먹으니 또 쓰기가 귀찮아졌다. 역시 나태한 인간에게는 촉박한 시간 제한이 제격이었다. 그래서 이미 떠난 배라며 나에게 쓴소리하는 작가님이 있었지만 `매일 연재`라는 마감을 새로 만들어냈다.

이렇게 하자 2번으로 돌아가도 써야할 이야기가 명확하니 아파 쓰러져도 모니터 앞에서 쓰러질 정도로 쥐어짜지는 게 가능해졌다.



돌이켜보면 결국 모든 건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 마음이란 말인가.

새벽녘 완성해서 노를 젓기 시작했다.


https://naver.me/xoQcBM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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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속 인물이 나옵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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