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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Jun 14. 2024

쎄일의 독서 일기

( 24년 6월 5일. 수. 맑음)

1. 오늘, 나만의 순간 줍기 (1일 일줍 – 나만의 순간 모으기, 나를 즐겁게 한 것)


책, 노트북, 창문 등 눈에 보이는 물건이 보이면 다양한 종류의 스티커나 포스터를 붙이며 흐뭇해한다. 이 때문에 아내와의 갈등이 있다. 얼마 전에도 그리스 산토리니 그림 포스터를 창문에 붙이고 바라보며 ”가고 싶다 “을 외쳤는데 아내가 올라오면서 이 포스터를 본 모양이다. 보기 흉하니까 당장 떼란다.

”이 사람아,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인데 관심 끄세요. “

예전 같으면 잔소리가 길어졌을 텐데 나이 들면서 아내도 성질이 좀 죽었다. 몇 번 잔소리하더니 상황이 종료됐다. ㅎ

요즘은 왜 그리 고양이가 예뻐 보일까?

집 가까이에 길냥이가 살고 있다. 처음에는 잔뜩 경계심을 가지고 자리를 떴지만, 요즘은 1m 정도로 사이가 좁혀졌다. 먹이를 주면 친해질 것 같은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ㅠㅠ
대신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캐릭터 고양이는 좋아하기에 며칠 전 5마리의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져 있는 스티커를 구매했다. 방문 밖에 붙이려고 했지만, 또 아내의 잔소리가 있을 것 같아 소심한 남자는 방 안쪽 문에 스티커를 붙였다.

바라볼 때마다 5마리의 고양이가
”HI, Hello “

하면서 웃는데 귀엽다.

손을 들으며 나도 ”HI, Hello “ 하며 인사하는데 웃음이 나온다.

”나, 비정상인가? “

2. 오늘의 독서

1) 배경음악(my playlist)

녹턴(nocturne)은 밤의 분위기를 표현한 서정적 피아노 연주곡이다. 우리말로는 ‘야상곡(夜想曲)’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그 뜻대로 밤과 잘 어울리는 음악인데 서정시와도 궁합이 좋을 것 같아 시를 낭송하며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넋 놓고 반복해서 들을 수 있기에 사랑하는 곡이다. 클래식의 문외한인 쎄일도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100선’과 같은 모음 음반에 빠지지 않고 녹턴이 수록되었기에 제목은 몰라도 연주가 시작되면 “아 이 곡 많이 들어봤어”라며 반가움을 표하게 된다.

쇼팽은 21개의 녹턴을 작곡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2번은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다. 피아노의 밝은 음과 감미로움, 아름다움을 따라 연주가 시작되면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밤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https://youtu.be/tTGEo3scnq8?si=eOb9Pq3xJurAtT7i


2) 독서

(1) 제목: 매일 읽겠습니다
(2) 저자: 황 보름
(3) 읽은 페이지 : 50p부터 100p까지

(4) 기억하고 싶은 문장

‘연희동에 있는 ‘책바’로 들어서며 내가 찾고 있던 것도 바로 목욕탕이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업’ 시켜 줄 그 무엇. 분위기여도 좋고, 맛있는 술이어도 좋고, 옆에서 책을 읽는 사람의 골몰한 표정이어도 좋고,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소곤소곤 대화하는 사람들의 배려여도 좋은 그 무엇.
‘혼자 오신 분은 더욱 환영’이라고 쓰인 입간판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서자 혼자 온 손님 서너 명이 이미 책을 읽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에 가방을 내려놓고 메뉴판 구경을 한 뒤 주문을 했다.

“커티삭 하이볼 주세요.”

                                     매일 읽겠습니다 | 황 보름



(5) 생각이나 느낌 쓰기

책을 읽는 사람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줄고 있지만(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성인이 46.8%다) 반대로 책 덕후는 늘어나고 있기에 독서도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덕후답게 책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독서의 즐거움을 공유한다. 분위기 하나만은 최고인 동네 서점, 산속에 숨어있는 책방을 찾아 떠나는 1박 2일 책 읽기 여행, 황 보름 작가도 언급한 책바 등은 책 순례자라면 가보고 싶은 매혹적인 장소가 될 것이다.

책 덕후에게 가장 큰 유혹은 조용함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동네 카페와 작은 서점이다. 연료가 있어야 굴러가는 자동차처럼 커피는 독서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필수 음료다. 디저트로 빵까지 먹을 수 있다면 몇 시간 정도는 궁둥이 붙이고 앉아 독서에 열중할 수 있다.

책맥은 하고 있는데 책바가 있다는 것은 황 보름 작가의 글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커피가 각정제 역할을 한다면, 술은 술술 막힌 생각을 풀어주고, 폼생폼사가 얼마나 괜찮은 삶인지 알게 한다.
“가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냐?”고

집에서 책맥 하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책에 전념할 수 있고, 홀로 자아도취에 빠질 수도 있다.

“나처럼 책맥 하며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는 할배나 할매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책맥 하는 할매 있으면 만나서 한잔하고 싶다. ㅎㅎ

예전엔 형광등만 있어도 독서에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나 풍요로워진 시대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책을 읽는 장소도 중요해졌다. 책바까지는 아니어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홀로 앉아 책 읽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다. 슈퍼가 멀기에 우리 집은 각자 자신만의 공간에 맥주를 숨겨 놓는다. 책장 안에 숨겨둔 캔맥주를 냉동실에 넣으며 하루를 시작할 때의 설렘은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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