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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Jun 20. 2024

쎄일의 독서 일기

( 24년 6월 12일. 수, 맑음)

1. 오늘, 나만의 순간 줍기 (1일 일줍 – 나만의 순간 모으기, 나를 즐겁게 한 것)



산책하기 위해 텀블러에 냉커피를 담아 박물관을 나섰지만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 때문에, 피부에 따가움이 전해진다. 오늘같이 무더운 날은 산책을 포기하고 에어컨 빵빵 터지는 도서관으로 피신하는 것이 상책이다. 잘 가는 정독 도서관은 멀고, 공예 박물과 1층에 있는 도서실을 피서지로 선정했다.

작은 도서실이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조용하고 여유롭다. 책도 인문학이나 예술 쪽이기에 겉표지나 서문만 읽어도 지적 만족을 누린다(궁둥이 붙이고 앉으면 좋으나 오늘도 돈 벌러 왔기에 신데렐라처럼 시간을 보며 바쁘게 도서실을 떠난다.)

김환기 화가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을 찜해 놓았다. 30분 정도의 시간만 허락되기에 한 챕터만 읽고 책을 덮는다.

호캉스는 아니지만
도캉스를 누릴 수 있기에 오늘의 삶은 행복이다.

2. 오늘의 독서

1) 배경음악(my playlist)

몸만 고단한 것이 아니라 마음도 피곤할 때가 있다.
사람과의 갈등이나 자신의 부족함이 보일 때 마음은 불안하고 증상으로 심장이 콩닥거린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을 편안히 가져”

자신을 격려하며 이겨내려고 애쓰지만, 별 효과가 없다. 이럴 때 음악을 들으면 치유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영화 ’ 엘비라 마디간‘ OST로 사용된 모차르트 교향곡 21번 2악장이다. 모차르트의 생애 중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작곡됐다고 한다.

영화 ’ 엘비라 마디간‘은 슬픈 사랑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행복한 표정으로 엘비라는 잡은 나비를 두 손에 모았다가 날려 보내는데, 2발의 총성이 울리며 사랑은 종말을 고한다. 가슴이 아린 영화지만 모차르트 교향곡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전해지는 피아노의 서정적 아름다움 때문이다. 검은 구름을 가르며 햇살이 대지를 비추는 것처럼 불안과 걱정 등으로 어두웠던 마음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침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https://youtu.be/lM4ESg0gzI0?si=Uf7bqOjqHX9ii9bt


2) 독서

(1) 제목:
(2) 저자:
(3) 읽은 페이지 : 50P부터 100p까지

(4) 기억하고 싶은 문장

‘너는 책에 무얼 바라니?’
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이렇게 이어진다.
책을 읽으며 단단해지길 바란다. 덜 흔들리고, 더 의젓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오만하지도, 순진하지도 않게 되길 바란다. 감정에 솔직해지길, 하지만 감정에 휘둘리지 않길 바란다. 거창하게는 지혜를 얻길 바라고 일상생활에서는 현명해지길 바란다. 세상을 이해하고 인간을 알게 되길 바란다.‘

                                       매일 읽겠습니다 | 황 보름

(5) 생각이나 느낌 쓰기



인문학 열풍이 한창 불고 있을 때 얍삽한 출판사나 작가는 독자를 홀리는 방법으로 인문학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돈을 벌려면 인문학을 알아야 한다.”

모르는 그것보다 낫겠지만 돈과 인문학은 어울리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다. 돈이 세속적 가치를 상징한다면 인문학은 인간의 정신적 가치인 존엄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너는 책에 무엇을 바라니?”

황 보름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해
“단단해지기 위해서”

라고, 답한다. 그 방법은 의젓해지는 것인데 세상을 이해하고 인간을 알 때 가능해진다. 얼마 전 직장에서 미화 여사에게 태어나 가장 큰소리로 화를 내며 성질을 부렸다. 주변의 동료들이 놀랐을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더 쪽팔렸기에 직원들이 이용하는 단체방에 공지영 작가의 글을 인용해 마음을 표현했다.

‘나이를 먹고 가만히 있으면 그저 더 딱딱해지고 더 완고해지고 더 편협해지지.
자기가 바보가 된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되지’

                            - 공지영의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중에서

“바보가 아니라
성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간이구나”

란 생각을 하며 자신을 위로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군요.
이유 없이 음료수 돌릴게요 ㅎ ㅎ

자기 모습이 부끄러웠다.
황 보름 작가의 글처럼 책을 읽는 이유는 ‘내 모습과 내가 바라는 모습 사이의 틈새가 아찔할 만큼 크다는 걸’ 알기 위해서다.

“읽으면, 다듬어지겠지, 나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희망과 바람’은 아직도 책을 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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