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다이빙 한 번으로 자신감(?)을 얻은 나는 다음 날 또 리셉션을 찾아갔다. 여행 책자에서 소개한 지구 밖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산호섬, 여기서 스쿠버 다이빙을 할 것이다.
리셉션에서 관련하여 다양한 옵션이 있다고 한다. 한 번의 비용으로 요트를 타고 나가서 점심 뷔페도 제공하고 스쿠버 다이빙까지 할 수 있단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가격은 스카이 다이빙에 반 정도이다.
요트도 타고 밥도 주는데, 그리고 몇 시간을 바다에서 보낼 수 있는데도 이런 가격이라니 멋지다!
리셉션에서 전화로 예약까지 다 해주었다. 개인 비서를 둔 듯한 느낌이다. 여태 이런 편한 방법을 외면한 나에게 질책과 함께 이제는 편하게 여행하자며 토닥여 주었다.
요트 정박장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요트가 컸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탑승을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두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가 있나 싶을 정도이다.
너무도 화창한 날씨다. 지구 밖에서도 보인다는 산호섬, 그레이트 베이어 리프로 이동 중이다!
사진: Unsplash의Jess Bailey
요트로 2시간 정도 이동했다. 처음엔 푸른 파다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요트도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1시간이 지나니까 빨리 스쿠버 다이빙이 하고 싶어졌다.
선내 방송으로 다 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단체로 스쿠버 다이빙 교육을 실시했다. 스카이 다이빙과는 다르게 가이드가 제어할 수 있지 않으니 교육을 철저하게 해야겠지.
하지만!
교육을 하는 호주 분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스쿠버 다이빙은 그냥 해보자! 하고 해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한참을 호주 아저씨가 설명을 마무리하고 크게 한숨을 쉬며 스쿠버 다이빙은 조금 아쉽지만 스노클링 정도만 해야겠다고 포기하려는 순간!
키 작은 동양인이 뚜벅뚜벅 걸어 강단으로 올라왔다. 일본인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스쿠버 다이빙 설명을 한다는 것이다.
엥? 또 한다고?
근데 이 분이 하는 영어.. 정말 거짓말하지 않고 100% 다 알아먹었다. 표정과 말, 그리고 행동이 3박자가 잘 이루어졌다.
알아! 무슨 말인지! 정말 다 알아먹었다고!! 고마워요!! 형!!
속으로 환호했다.
어떻게 하는지 다 알았다. 물속에 들어가면 수압 때문에 귀가 아플 텐데 어떻게 압력을 맞추는지(이걸 이퀄라이징이라고 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물속에서는 사인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려주었다. 아까 호주 아저씨가 했던 말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며 알아먹었을 땐 지금 설명하는 분을 안아주고 싶었다.
3인 1조였는데, 순서가 되면 방송으로 부를 거니깐 놀고 있으랜다. 선상에서 뷔페도 먹고 정말 푸른 바다에서 웻슈트를 입고 스노클링도 하고 알차게 보냈다.
이제 나의 차례가 되었다.
이미 난 스쿠버 다이버다. 다 알아먹었거든요! 이제가이드가 뭐라 하든 간에 "오케이"를 연신 남발했다.
장비를 차고 살짝 내려간 것 같은데 귀가 엄청 아팠다.
그래서 사인을 보냈다. 귀가 너무 아픈데?
그러더니 올라가잔다.
올라가니 이퀄라이징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잘해보란다.
약간 자신감 떨어진 목소리로 "오케이.." 했다.
들어가서 또 귀가 아파서 난 안 되겠다는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코를 세게 잡고 숨을 세게 밀어내었다.
귀에서 "피쉭"소리가 나는 듯했다.
신기하게도 귀가 안 아팠다.
오호~
그리곤 가이드 한 명과 사진사 한 명 그리고 3명의 관광객이 물속 깊이 내려갔다. 사진사가 조명을 들고 와서 그런지 그렇게 어둡진 않았다. 약 7~8미터 정도 내려간다고 했는데 내려가면서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뭐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하 내가 숨을 안 쉬었구나"
ㅎㅎ
물 속이라서 당연히 숨을 참은 것이다. 숨을 크게 들이쉬니 시원한 공기가 들어오고 나의 내 쉰 숨이 뽀글뽀글 물방울이 되어 올라갔다.
나
사진사가 내려간 이유가 있었다. 물속에서 찍은 사진을 판매를 하기 위해서다. 사실 비싸긴 했지만 안 살 수가 없는 사진들이었다. 무리해서 딱 2장만 사진을 구매했다.
가이드가 코스대로 이동을 한다. 최종 목적지에는 대왕 조개가 있었는데, 만져보라는 사인을 받았다. 정말 내 몸통만 한 조개가 살짝 만졌는데 쿵! 하고 입을 닫아 버리는 것 같았다. 너무 신기해서 막 즐거워하는데 갑자기 3명 중 1명이 물 위로 갑자기 올라가는 것이었다.
숨 쉬는 걸 까먹어서 올라가는가 싶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옆에 있던 사람도 같이 올라가는 것이다. 아마 같이 온 일행이었던 것 같다.
이제 가이드와 나는 남은 시간을 알차게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돌아가려는데 그제야 내 눈에 들어온 먼바다의 공포를 보았다.
정말 칠흑 같은 어둠이 저 멀리서 날 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와 이제 올라가냐고 사인을 보냈다.
가이드는 이제 끝나서 마무리하려던 것 같았다.
끝나고 가이드는 아주 잘했다고 칭찬까지 해주었다. 대부분 그런 바닷속 깊이를 알면 빨리 벗어나고 싶었을 수도 있었겠다. 내가 좀 둔해서 끝까지 남았던 것 같기도 하고.
대왕조개 - 내가 만짐
고민 끝에 골랐던 마지막 사진, 사실 돈만 된다면 나머지 사진도 모두 사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참고 또 참았다. 저 옆에 분이 갑자기 물 위로 올라갔다.
그 기분 나도 알 것 같다.
스쿠버 다이빙만 해도 하루가 아주 알차게 마무리된다. 하루 먹는 것부터 노는 것까지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물놀이를 하면 너무 피곤하다. 그날 숙소 들어와서 다른 건 하지 않았고 그냥 바닷가 주변에 나가 맥주 한잔 하면서 어두워진 먼바다를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때의 따뜻했던 공기와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너무 좋았다.
그러다 호주의 청년들에게 담배를 상납하고 자리를 서둘러 일어났다. 담배를 받아가고 나한테 같이 놀자고 했는데, 솔직히 무서워서 이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