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제야 여행할 맛이 난다 - 케언즈 (1)

스카이 다이버

by 대석 Dec 16. 2024
아래로

어려운 고비를 넘긴 멜버른에서 예약한 비행기를 타러 갔다. 펭귄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지만 그 광활한 평지 사이의 도로를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예약한 호주 로컬 비행기는 케언즈까지 한 번에 가지 않고 브리즈번에서 비행기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가격이 저렴했으니 그 정도 불편함이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멜버른에서 출발해서 브리즈번에서 한 시간 대기후 갈아타고 출발하는 것이었는데, 브리즈번에 도착했을 때 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한 시간이 남아야 하는데 비행기를 갈아타는데 5분도 시간이 주어지질 않았던 것이다. 스마트 폰이 없었던 시절이니 시계하나를 장만해서 출발했고 시드니에 도착해서 시차를 맞추고 여행을 시작했었다. 근데 시계가 고장 난 건지 저가형 항공이라 그런지 다급해졌다. 환승 비행기 플랫폼으로 급하게 이동을 했다. 분명히 나랑 같은 방향의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왜 다들 느긋하지? 하는 의심은 들어 티켓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이미 시간이 지나버린 상태라 플랫폼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공항에 걸린 시계는 내 시계와 한 시간이 차이가 났다. 공항 시계로 따지면 아직 1시간이 남았던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사이에 내 시계가 고장 났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호주는 주가 4갠가 있었는데 시드니, 멜버른가 있는 주는 서머타임을 적용하고 브리즈번이 있는 주는 적용하지 않아서 이런 시간차이가 났던 것이다. 같은 나란데도 서로 다른 정책이라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땅 덩어리가 크다 보니 그런가하고 웃으며 넘겼다.


안심을 하고 앉아서 케언즈의 숙소들을 알아보았다. 도착해서 숙소로 전화하는 것 없이 바로 이동해서 찾아가 얼굴을 맞대로 숙소의 방을 잡았다. 전화로는 시드니의 두리 하우스 말고는 불가능하다. 호주 영어는 내가 배울 때 선생님의 발음과 많이 달랐다구요.. ㅜㅜ

요즘 시대에 그렇게 하면 아마 방을 하나도 못 구할지도 모른다.


리셉션에 보면 다양한 액티비티 광고지가 많이 붙어있다. 아마 숙소와 연계된 많은 회사들이 광고를 한 것 일터이다. 몇 개 눈여겨봐 두고 도착한 날은 주변 산책하며 시간을 보낼 참이었다. 숙소는 크게 무리는 없었는데 한창 더운 여름이다 보니 에어컨이 있겠지 하고 들어간 방은 에어컨을 흉내 낸 선풍기(나중엔 "에어쿨"이라고 불렀다.)를 돌리고 있었다. 숙소에 수영장이 있었기 때문에 더우면 수영장 갔다가 밖에서 말리고 방에 들어가면 에어쿨도 잠시동안은 에어컨 같이 시원했다.

어느 숙소를 가도 수영장 하나쯤은 있었지어느 숙소를 가도 수영장 하나쯤은 있었지



펭귄 사태를 잊어보고자 하루를 가볍게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리셉션으로 갔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젠 영어를 한다기보다는 눈치가 조금씩 늘었다고 봐야 한다. 빠르게 리셉션 뒤편의 광고들을 훑어보고 손가락으로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사진을 가리키며 스카이 다이빙을 연신 외쳤다. 직원은 대충 알았다는 표정으로 정확히 내가 가리킨 광고지를 꺼내 리셉션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뭐 대충 알아먹었다는 제스처도 보내고 하니, 당장 전화해서 가능한지 물어보고 픽업도 해준다고 기다리랜다.


얏호!

이것이 여행이지! 쉽잖아!


얼마를 기다린 후 픽업이 왔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 공항에서 픽업하는 분을 거절해 버린 나였지만 이젠 눈치를 잘 보게 되었다. 딱 일어서서 다마스 같은 차에 올라탔다. 가면서 한 명을 더 태워야 한다 했는데 엄청 비싸 보이는 호텔 앞으로 가는 것이다. 일본 여성이었는데 딱 보자마자 나 같이 걸어 다니며 여행하러 온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스카이 다이빙은 호주 내에서 내가 참여한 액티비티 중 제일 비싼 것이었다. 그때 당시에 다이빙하며 영상 촬영 서비스도 있었는데 그건 제외했다. 그러면 촬영하는 분이 같이 다이빙을 해야 해서 비용이 어마어마해진다. 함께 이동했던 일본 분은 당연하게도 영상 촬영도 진행한다는 것이다. 오메~


간단한 교육을 받고 죽을지도 모르니 보험을 들란다. 죽으면 집으로 돈을 보내준다고 했다.

 뭘 그런 소릴..

텐덤 방식으로 프로 다이버가 내 등에 붙어서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다. 다리 모양을 알려준대로 연습하고 떨어지면 걱정할 것이 없단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행이 엄청 빠르게 되었다. 다이빙 옷을 입는 중에는 괜히 한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슬슬 무서워지고 있었다.


비행장으로 나가니 나랑 일본 여성분, 각각 프로 다이버, 촬영하시는 한 분 그리고 비행기 조종사까지 6명인데 비행기는 좌석도 없고 3명 들어갈 수 있을까 했던 공간에 테트리스 블록 쌓듯 들어가 앉았다.

괜찮을까.. 

일단 비행기 자체가 공포다. 이 정도면 무게 초과로 뜨다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겠다. 또한 창문의 틀은 있는데 그걸 막고 있는 창이 없다. 또 입구는 있지만 이를 닫는 문은 없다. 마스(Mars) 영화에서 주인공이 화성을 벗어나기 위해 우주선 경량화를 한 듯 한 모습이다.

Ai로 그린 모습인데, 이 정도까진 아니긴 하다.Ai로 그린 모습인데, 이 정도까진 아니긴 하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죽기 직전까지 무서움을 만들려고 했었던 게 아닌가 한다. 작디작은 비행기가 힘겹게 떠 올랐다. 날아가는 속도가 있으니 창과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세찼다. 뒤에 붙어있던 교관? 은 자꾸 밖을 내다보라며 어깨를 툭툭 친다. 이제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고 소용돌이치는 바람소리만 세차게 들렸다. 날은 너무 좋아서 하늘 아래의 예쁜 구름들과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것 같은 집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나는 가장 낮은 8천 피트를 신청했는데 같이 탑승한 일본 분이 통 크게 만 피트를 신청해서 그냥 같이 올라간다고 했다. 교관이 고도를 나타내는 시계를 보여준 것이 기억이 나는데 대략 만 천에서 만 이천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런 서비스를 바란 건 아닙니다.. 선생님..


10~15분 정도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비행 방송이 나오는 건지 누가 크게 얘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뛰어내려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아.. 괜히 온 것일까


그냥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뒤에 붙어 있던 교관이 설명을 하기 시작하는데 비행기 문에 걸터 엉거주춤 서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교관은 내 다리를 터치하며 경 비행기의 바퀴 지지대에 발을 올리라고 했다.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대항해서 양손으로 문 끝을 잡고 덜덜 떨며 다리를 바퀴 지지대로 뻗으려고 했다가 다시 접고 용기 내서 다시 뻗으려다가 접고 이러다가 교관이 에잇! 하며 그냥 자신의 몸을 밀어 나와 함께 하늘로 떨어졌다.


추운 겨울날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샤워를 하는데 찬물인지 모르고 온몸에 물이 쏟아져 허업! 하며 숨이 턱 막히는 그런 순간과 같다. 소리도 내지르지 못하고 떨어졌다.

Ai로 생성한 스카이 다이빙 모습Ai로 생성한 스카이 다이빙 모습

내려오는 동안 바람이 세게 내 얼굴을 밀어냈다. 스카이 다이빙은 롯데월드의 자유로 드롭 같은 것의 점프가 아니다. 어떤 것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그냥 공기를 밀어내며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는 것이다. 미니어처처럼 작았던 집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구름도 살짝 지나간 것 같은데..

기분이 너무도 상쾌하고 뭔가 차오른다. 죽음의 고통을 잊기 위한 몸 안에서 기분 좋은 호르몬을 내뿜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1분에서 1분 20초 정도 자유낙하를 한 뒤에 낙하산을 펼치면 모든 것이 슬로가 걸린 것처럼 찬찬히 움직인다. 교관은 낙하산 조종을 잠시 나한테 맡겨 왼쪽으로 돌고, 오른쪽으로도 돌게 했다.

땅에 착지를 할 땐 조금 무서웠지만 비행기에서 떨어질 때만큼은 아니었다.

내려서는 그 교관과 벅차오르는 서로의 기분을 표현했다.

정말 좋았다고!

그레윗!! 맨!!

평소에 이런 표현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세게 손을 잡으며 난리를 쳤다.


너무 대단한 경험을 했다. 3~5분 정도의 낙하를 위해 2시간을 준비할만했다. 그 뒤로 몇 년간은 비행기에서 딱 떨어지는 생각만 해도 그 기분이 살아날 정도였다.

스카이 다이빙 인증서스카이 다이빙 인증서

호주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액티비티라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소개를 한다.



이전 06화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한 도시 - 멜버른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