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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쓰는 표현이 있다. 돌이켜보면 그랬었지, 그때 그랬었다, 뭐 이러면서 궁상에 빠지는 거다. 나이가 서른에 가까워지니 나도 이제 그렇게 되어버렸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가령 예를 들어보면 이런 거다. 멋있어 보이려고 했던 어설픈 고백의 멘트가 ‘아이 러브 유’였는지, ‘아이 라브 유’였는지. 눈만 보면 신나는 부산 사람 티 내면서 뛰어나가 서로 파묻던 그날, 신발은 제대로 신고 있었는지. 첫 여자친구와 이별을 하고 술에 취해 훌쩍이던 곳이 아무도 없던 공원의 방황하던 흔들의자였는지 가로등 불빛은 없는 강변의 외로운 벤치였는지. 여행 떠난 낯선 해변에서 낭만 찾아 괜히 틀어놓았던 노래는 무엇이었는지, 또 새벽에 한껏 차려 입고 남의 나라 도로에 냅다 드러누웠던 이유는 대체 뭐였는지. 그런 것들.
추억이 되어 약간 빛 바래진 기억이 좋아졌다.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싸구려 지우개의 흔적처럼, 종이에 옅게 남은 흑연 같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찾게 될지. 나이가 서른에 가까워지니 그렇게 되어버린 건지, 연필이 아닌 볼펜만 사용되게 된 나에게 싫증이 난 건지. 볼펜으로 쓴 글씨마저 지워지는 세상이 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