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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와 T 공생하기 Nov 25. 2024

나를 울리는 것들

인생길 찾기

난 어릴 때부터 잘 울었나 보더라.

하도 겁이 많아

밥값은 하고 살려나

걱정 가득한 아버지는

부러 숨바꼭질하듯

스스로 길 찾기를 하도록 하셨다.


그런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길을 잃고 헤매다

희망을 잃고

알코올 중독에 빠져

가족 모두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빈곤은

가족 모두에게서 미소와 따뜻한 말을 앗아갔고,

나는 내 이름 대신

화전민 아이답지 않게

공부 잘하는

그 아이로 통했다.


가난과 유능함은 함께 할 수 없었다.

유능함으로 친구를 사귈 수 없었고,

가난함으로 역시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평생

사람을 옆에 두지 못한다.

어색하고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명문대 대학원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좋아하셨다

쉽지는 않았지만

좋은 사람들 속에서

조금씩 깎여가며 사람이 되어가는 듯했다.


직장을 갖고,

처음으로 내 돈을 갖게 되었으며,

어이없게도 추스를 수 없이 마셨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 역시

중독임을 알게 되었다.


몸과 마음이

빈곤의 덫에 갇힌

그 아이와도 같았다.

내 이름은

유능한

알코올 중독자.


유능함으로

명문 대학원에서

박사가 되었다.

유능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갑작스레

누이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파리하게 핏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선명하게

가족들에 사랑을 베풀라 유언을 남겼다.


그토록

서러웠던

가난과

피할 수 없었던

괴로움을

함께 견딘 누이가...


슬픔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가난을 벗어나지 못함에

서러워

목놓아 울었다.


돌아보니

이미 너무도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다.

누구도 서로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가족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요양원에 들어가신 뒤

잘 알아보지 못하신다.

어머니는

뭘 좋아하시는지

말씀하시지 못한다.


기억을 더듬어

부모님이 좋아하시던 것들을

챙긴다.

 그렇듯

내 사정을 걱정하시지만

이내 기뻐하시며 미소 지으실 때 또다시 눈물짓는다.


갓 스물이 지난

아들이

내 걱정을 한다.

내가 나를 찾는 동안

그 역시 외롭고 힘들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 눈물이 난다.


빈곤과 낙인,

고통스러운 외로움,

가족의 해체,

자아의 상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회한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

어느 순간 눈물이 난다.

슬픔인지, 아픔인지, 감동인지

구분되지 않지만

여전히 잘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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