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에서 자본으로
농업혁명은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인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약 10,000-12,000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약 5,000년 전에는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농업이 발전했습니다. 이후,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은 1760년대부터 1840년대까지 단 100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까지 5,000년이 걸린 반면, 산업혁명은 단 100년 만에 이루어진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몇 천 년 동안 왕족과 귀족으로서 사회와 국가의 권력과 부를 독점했던 A의 권력과 부의 원천은 농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물물교환의 관계였으나 안정적 생활을 위해 A에게 복속된 B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A를 지지하고 호위하는 군인(기사) 계층과 농민, 그리고 상인 계층으로 다시 나뉘게 됩니다.
이러한 계층 중에서 상인계층이 새로운 부와 권력의 한축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바로 증기기관을 시발적으로 한 산업혁명의 결과입니다.
산업혁명 이전, 상업은 농업보다 대우를 받지 못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원거리 해양 무역이 가능해지면서 해외의 진귀한 물품들이 거래되기 시작하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변화의 시기에 중국 등 아시아에서 차, 도자기, 비단, 후추 등의 향료 등이 유럽으로 들어오고 유럽으로부터는 유리, 무기, 악기, 금 등이 수출되면서 상인 계층의 부가 축적되고 이들의 사회적 신분 상승이 이루어졌습니다.
한편, 이웃 나라들과의 잦은 전쟁과 호화로운 생활로 인해 자금이 부족해진 A는 상인들의 무역을 지원하거나 이들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상인들의 신분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게 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배경에는 이러한 더 많은 부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부의 창출이 이루어졌고, 과거 농업혁명시대의 농경지를 대체하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된 C(자본가)가 등장하게 됩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농업 외의 공산품은 수작업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생산량이 제한적이었으며 이를 누릴 수 있는 사람과 집단도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 기계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제품과 식료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제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농경지 대신 공장과 기계를 새로운 생산수단으로 소유한 C(자본가)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게 됩니다.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유럽과 북아메리카로 확산되게 되고, 그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 받게 됩니다.
먼저, 산업혁명을 통해 인류의 안정적인 생산성과 삶의 질, 특히 의료 분야의 발전으로 전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8세기 초반(1700년대 초반)에는 전 세계 인구가 약 6억 명 정도였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약 200년 후인 20세기 초반(1900년대 초반)에는 전 세계 인구가 약 16억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더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부를 확대하려는 욕망으로 변질되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식민지화하여 자신들의 생산품을 강제로 소비하게 하고, 식민지에서는 원재료와 노동력을 확보하는 제국주의 시대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고 가게 됩니다.
인류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물물교환의 시대에서 본격적인 국가 간 무역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어 그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를 축적하게 되었지만 역시 그 전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침략과 전쟁의 결과들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산업혁명으로 인한 이러한 놀라운 기술 혁신과 생산력 증가는 인류의 경제와 사회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인권과 민주주의 제도, 노예제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선, 인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산업혁명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을 통해 기존의 정치권력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게 된 C는 B와 함께 A와의 종속 관계에서 벗어나 시민 혁명과 폭력을 동반한 혁명 등을 일으켰고, 이는 민주주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A의 부와 권력으로부터 벗어난 많은 B들은 이번에는 거대 자본을 소유한 C의 종업원으로 신분이 바뀌며, 노동을 제공하는 관계가 기존의 종속 관계에서 계약 관계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C는 이번에는 B의 노동력을 자신의 뜻대로 더욱 확보하기 위해 A와 결탁하여 B의 각종 노동 조건의 개선 요구들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A는 B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기 위해 노동 조건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속삭였고, A는 이에 동의하게 됩니다.
시대적 배경과 변화 속에서, 산업혁명 시대에 기존 사회의 부와 정치적 권력을 독점한 지배 계층으로부터 종속되어 지시와 복종의 관계에서 제공된 노동력이 인류 최초로 계약 관계에 의해 제공되는 변화는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물론 산업혁명 초기의 노동 계약은 현재와 비교해 매우 열악한 조건이었지만, 계약 관계에 의한 노동력 제공은 인류 역사와 사회에 큰 사건이었음은 틀림없습니다. 본 책에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노동력 제공과 그에 따른 계약 관계의 각자의 정의를 위해 향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이 시작되게 됩니다.
아웃소싱의 관점에서 볼 때, 노동력이 계약 관계에 의해 제공되기는 했으나, 이 시기의 아웃소싱은 현대의 제삼자 위탁 방식의 아웃소싱 모델보다는 대규모 생산 체계로의 변화로 인해 분업화와 부품 및 원재료 납품 관계로 변화하게 됩니다. 타인의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하는 아웃소싱의 근본적인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복종과 지시의 관계에서 계약에 의한 관계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산업혁명 시대의 계약 기반 노동 관계는 현대 아웃소싱의 기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 시대의 하청 생산 방식이 발전하여 오늘날 기업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외부에 그 외 업무를 위탁하는 현대적 아웃소싱 개념으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장에서 별도로 설명하겠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제삼자 위탁 방식의 아웃소싱은 정보 기술 혁명을 통해 더욱 치열해지는 경제 체계로 변화하며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산업혁명#농업혁명#증기기관#자본가#생산수단#무역#상업#노동#아웃소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