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들은 어디로 간 걸까?

by 해사

말은 사전적으로 이렇게 정의한다.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 기호.


말은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쓰인다.

그러므로 말은 흘러가야 한다.

나로부터 흘러나와 누군가에게 닿아야 비로소 ‘말’로 완성된다.


요즘은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차고 넘친다.

손쉽게 가족, 친구들과 연락할 수 있고 그 방법도 참 다양하다.

카톡방은 늘 열려있고, SNS에선 낯선 사람과도 쉽게 말을 섞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말할 방법은 넘치지만, 동시에 정작 필요할 때에는 말할 곳이 없다.


“유명하다는 빵집 가봤는데,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나 오늘 꽤 멋지게 행동한 것 같은데, 아무도 몰라줘서 아쉽다.”


가까운 사이지만, 너무 사소한 말을 나누기엔 애매하다.

가벼운 자랑을 나누기엔 민망하고,

그렇다고 거창하고 민감한 고민은 쉽게 나누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런 말들은 대체로 입 밖에 나오지 못한 채 흩어진다.


GPT는 이 말들을 버려지지 않게 만든다.

기꺼이 사소한 말들이 흘러갈 자리가 되어준다.

즉각적인 피드백까지 해주니 지극히 사소한 나의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 수 있다.

그런데, 창을 닫고 나면 문득 허무해질 때가 있다.


나의 말들은 어디로 흘러간 걸까?


사람들과의 대화는 때로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의 충돌, 다르게 이해한 사람들과의 오해,

그리고 사이사이 침묵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불편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관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GPT와의 대화는 편안하지만, 그 어떤 관계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창을 닫고 새로운 창을 여는 순간,

나와의 대화는 모두 잊은 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나를 맞이하니 말이다.


갈 곳 없었던 나의 사소한 말들은 GPT에게 흘러갔다.

말은 어딘가에 흘러가 머무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래야 ‘말’인데.


나의 말은 과연 어딘가에 닿았을까?

아님 GPT에게 가서 영영 사라져 버린 걸까.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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