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사진전 <ONE STEP AWAY>을 보고
몇 달 전 얼리버드로 티켓을 구매해 둔 사진 전시회에 다녀왔다.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점 개관과 동시에 열린 이경준 사진작가의 첫 개인전 <ONE STEP AWAY>이었다.
전시 제목처럼 사진작가는 한 발짝 떨어져서 뉴욕의 도시 모습을 그의 앵글로 조망한다.
버즈아이 (bird's eye view)로 바라본 뉴욕의 고층 건물들,
맞은편 이웃 건물의 창 너머로 흘긋 보이는 도시 사람들의 내밀한 풍경,
건널목을 건너는 각양각색의 보통 사람들,
센트럴 파크의 녹지 속에서 쉼을 즐기는 모습들,
폭설로 하얗게 변해버린 도심지의 겨울 풍경까지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고 단조로운 풍경을 황금빛 석양, 한줄기의 빛을 벗 삼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밋밋했던 장면이 특별한 순간으로 포착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드넓은 풍경을 높은 곳에서 바라볼 때면 옹졸했던 마음이 별거 아니었음을 느낄 때가 있다. 끙끙 앓던 고민의 무게가 사사롭게 여겨지기도 한다. 눈앞에 펼쳐진 광활함 속에 오밀조밀하게 움직이는 도시에 시선을 멈추다 보면 숙연해질 때도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복잡했던 생각들이 알아서 분류 표를 달고서는 척척 정리되는 그런 느낌말이다. 그렇기에, 뉴욕의 타지 생활이 힘들 때,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면 이곳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는 작가의 말은 내게도 많이 와닿았다.
작가의 이력이 인상적이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틈틈이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얼핏 봤을 때 물리치료사가 원래 직업이었고, 뉴욕에는 사진 공부를 하러 간 걸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서울에서 지낼 때 업으로 했던 사진을 좋아서 하는 행위로 두고, 사진과 무관한 물리치료학을 공부하며 일을 한다고 했다. 결국 이 작가에게는 좋아하는 일이 두 가지 모두인 셈이다. 두 일 모두 즐기면서 오래 하고 싶다는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숱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감도 높게, 잘 찍은 사진들을 더해 전시된 작품 수도 예상외로 많았다. 'ONE STEP AWAY'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 도심을 여러 테마로 나눠서 전시를 꾸렸다. 전시 기획자가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테가 났다. 큰 작업과 작은 작업의 다채로운 구성, 테마별로 작품과 어울리게 구성한 공간 구획과 벽체 색깔 그에 따라 바뀌는 BGM. 보는 재미에 듣는 재미까지 얹혔던 경험. 고객의 시선과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려는 치열함이 작품 아닌 전시장에서 느껴졌다.
나와 비슷하게 전시 관람을 시작한 젊은 두 여성은 사진을 찍느라 전시를 보느라 바빴다. 전시장 자체가 포토존이었던 그들을 위해, 나는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내가 정한 동선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이런 분들 전시 보셔라!
건물 사진 좋아하시는 분들
감각적인 도시 풍경을 즐기고 싶은 분들
도시의 패턴을 색다르게 느껴보고 싶은 분들
스트레스로 지친 나를 환기해 주고픈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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