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다희 Oct 09. 2023

글 잘 쓰는 언니에게 듣는 쉬는 법

백영옥 에세이 <힘과 쉼>을 읽고

동네 서점 신간 매대에서 가장 먼저 내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다. 백영옥의 에세이 <힘과 쉼 _ 쥐고 놓는 연습>을 발견하는 순간 내 손은 자석의 힘에 이끌리듯 책을 집어 들었다.


내가 백영옥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쓴 소설이나 에세이를 통해서가 아니라 칼럼이었다. 언론사에 연재하는 칼럼 몇 편 읽다가 그녀의 이름을 가슴속에 기억하게 됐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 글 잘 쓰는 언니가 들려주는 원고지 10 내외 짧은 이야기는 자주 내 마음을 쥐 흔들었고, 칼럼을 읽는 데 걸린 시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그녀가 전해 준 세계에서 시작해 내 생각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멋진 언니가 들려주는 삶 이야기는 한 겨울 추위도 끄적 없는 충전재가 빵빵하게 들어간 패딩 점퍼 같다. 살갗을 베일 듯한 날카로운 영하 기온에도 이 점퍼를 입고 있으면 겨울의 매서움에 맞설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부터 얻은 용기는 소위 힘내! 또는 파이팅! 을 외치듯, 고갈된 에너지를 다시 채워서 열정을 다시 불살라보려는 막강한 상태가 아니었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가 없다면

최고의 속도는 무의미하다. 

(p.70)



힘을 내려면 힘을 빼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저자는 12가지의 주제어로 (습관, 느림, 감정, 비움, 경청, 휴식, 자아, 상상, 만족, 일, 공감, 성장) 삶에서  움켜쥐고 있었던 것을 어떻게 하면 풀어놓는 연습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번아웃, 불안장애,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 인들에게 이에 반대 격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은 많다. 그 가운데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작가의 솔직한 고백과 함께 20년 동안 읽고 쓰는 생활을 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사유가 겹겹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여럿 인문서와 실용서들 (심리학, 과학, 사회과학 등)을 언급하며 인간의 습성과 행동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말해준다. 책 맨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참고 도서들만 봐도 저자 역시 오랜 시간 안간힘을 써가며 성공과 행복에 집착했는지, '힘쓰는' 작가의 삶을 살아왔는지 느껴졌다. 이 삶의 고단함을 잘 알기에 쥐고만 있는 삶 말고 힘 빼는 삶, 힘과 쉼이 공존하는, 균형 잡힌 삶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덕분에 비슷한 어려움으로 갈팡질팡하던 '나'는 이 책으로 인생 선배의 조언을 얻는다. 

닮고 싶은 글 잘 쓰는 언니의 위로까지 받게 되어 마음은 이미 충만함으로 가득하다.



과거는 변해,

그러니까 미래를 기억해,

지금을 살아내면서. 

(p.252)






이런 분들 이 책 읽으셔라!


번아웃을 느끼고도 제대로 쉬는 법을 몰라서 괴로운 분

삶에서 힘 빼는 연습을 해보고 싶은 분

인생 선배의 든든한 조언을 듣고 싶은 분





매거진의 이전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