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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희 Jul 22. 2024

한 사람의 읍소

유시민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읽고

나는 생활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적 이념이 뚜렷하지도 않고 보수정당이냐 진보정당이냐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고 질문을 받으면 어느 정당이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유시민 작가가 쓴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읽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명쾌하다. '윤석열이라는 병'이 괴로운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마흔이나 넘었는데 정치에 관심 없고 무지한 국민이라고 누군가는 나에게 한심한 눈빛을 보낼 수 있겠다. 그런 눈빛을 나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옹색한 변명은 구차하고 이미 과거의 모습이 되었으니 상관없다. 무관심이 관심으로 변했고 현 정권에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단 욕구가 책을 읽을 불씨가 됐다. 통치자에 신뢰를 읽어버린 국민 한 사람의 마음을 비평가이자 전 정치가 그리고 작가인 유시민의 언어로 맹렬히 통감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다른 이유 중 하나였다.





윤석열이 이재명을 그냥 싫어하는 것처럼 나는 윤석열이 싫다. 처음부터 싫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소신 발언을 할 때만 해도 든든한 검찰인으로 보았다. 저런 사람이 법조인이고 공정과 상식을 논한다면 국민을 위한 자유민주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자리를 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에게 소신 발언은 의미가 퇴색되어 갔고 나중에는 아무 말이나 일단 하고 마는 대선 후보자에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대선을 앞두고 유튜브의 한 경제 채널에서 대선 후보자를 초대해 3명의 진행자가 대통령의 자질을 검증하는 대담이 열렸다. 후보자 한 사람씩 출연해서 나라를 이끌어갈 비전과 정책 현안들에 대해 묻고 답하는 자리였다. 나는 이때 윤석열 편을 보고 매우 실망했다. 질의자의 질문에 논점이 어긋난 답변에다가 국민을 대표하는 리더로서 국민에 입장에 서서 문제점을 짚어보는 게 아니라 급급하게 배운 얕은 지식으로 두리뭉실한 답을 하면서도 우쭐하는 태도를 보며 대통령감은 아니구나를 직감했다. 법 말고는 아는 게 없음, 정치경험 무 이력을 감안할 수도 있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대신 빡세고 효율적으로), 똑똑하고 유능한 참모진들이 대통령을 도와주면 된다. 그러나, 국정운영 능력은 조금 떨어진다 할지라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자세와 태도, 공감 능력은 갖고 있어야 했다. 윤 후보자에게 이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그는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2년이 지났다. 더 불행하게도 지난 2년 동안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더 짙어졌다. 언론을 통해서 들려오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발언들은 모두 영혼을 잃은, 생각을 안 하고 하는 말 같다. 신뢰감 제로, 타격감 제로다.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나고 인상이 찌푸려진다. 공정과 상식을 외쳤던 그는 어디로 사라졌다. 내가 봤던 그의 과거는 전생의 모습이었던가 할 정도로 정치, 경제, 외교, 안보와 안전까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장본인이 되었다. 본인뿐 아니라 그의 배우자는 더하다. 최악의 1+1이다. 무능과 쪽팔림의 상징이 되어 버린 대통령을 지켜보는 게 이리도 괴로울 줄은 몰랐다. 





책에서 유시민은 임기기간이 3년이 남은 대통령의 운명으로 사임, 협치, 탄핵을 거론한다. 그의 예상으로 사임과 협치는 대통령이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도 그럴 것 같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그렇다고 탄핵해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 나게 하면 개운해질까 하면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이미 탄핵으로 대통령을 바꾼 적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경험을 다시 겪는다는 게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국민의 투표로 뽑은 대통령이 무능하다면 그를 뽑은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희망고문처럼 들릴지 모르겠는데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대통령 자리에만 취해 있지 말고 제발 대통령으로서 본연의 정체성을 찾았으면 좋겠다. 라테는 말이야~ 하는 꼰대 정신에서 벗어나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고, 배우고, 경청할 줄 아는 60대 어른이자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운 사람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켜보게 될 줄이야. 나는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나의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편안하게 살기 바라는 국민 한 사람으로서 건네는 읍소일 뿐이다.







*사진: https://science.nasa.gov  The Mice – NGC 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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