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다희 Jul 24. 2024

딱딱한 복숭아가 더 좋아


마트에 갔다가 제철 과일인 천도복숭아 2알을 사 왔다. 


1알에 990원, 10알을 사면 7,990원이라고 쓰여있는 사인물을 보고 잠깐 주저했지만 우선 2알만 사기로 했다. 맛이 어떤지 알 수가 없으니 구매력이 소심해진다. (그 자리에서 한 입 베어 먹고 당도를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는데 내일 마트에 가서 10알을 사 와야 할 것 같다. ^^ 

뽀드득 씹히는 식감 사이로 복숭아 과즙이 배어 나오는 맛이 일품이다. 

이래서 제철 과일을 먹어야 하는 것인가? 입안에 남은 살짝 떨떠름한 맛에서 건강한 맛을 발견한다. 





어렸을 때 집 앞 과일 가게가 생각났다. 집으로 가려면 늘 지나칠 수밖에 없던 가게 앞에는 여느 과일 가게처럼 다양한 과일들이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가게 앞을 지나칠 때마다 코끝으로 스치는 새콤달콤한 과일향을 이곳에서 처음 경험했다. 가게 앞을 지나가다 주인아주머니와 마주치면 꼭 목례 인사를 했던 기억도 있다. 

엄마와 과일 가게에 장으로 보러 가면 가게 사장님이 맛보기 용으로 과일을 툭툭 잘라 주시던 장면도 생생하다. 


그때도 이맘때쯤이었나 보다. 


어린아이 주먹 크기만 한 천도복숭아 한 알을 집어서 칼로 한 조각을 베어서는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건네주시는데 안 먹겠다고 거절할 수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은 천도복숭아는 아작아작 씹히는 단단한 식감에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좋았다. 털복숭아처럼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먹으려면 껍질도 벗겨야 하고, 미끄덩한 복숭아를 손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며 먹어야 하는 털복숭아보다 훨씬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천도복숭아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때부터 나는 털복숭아보다 천도복숭아를 더 좋아하게 됐다. 



사진: Unsplash의 Patrick Fore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님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