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퇴사를 말하다

by 임다희

그렇고 그런 퇴사. 첫 번째도 아니고 회사 그만두는데 왜 이리도 유별인가 싶다. 회사를 그만두는 일에 나는 왜 이리도 목매는가. 모든 생각이 이것에서 시작되고, 다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가 왜 이러는지에 대한 이유는 사실 명확하다. 일은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또 다른 나였으니까.



매일 8시간씩 정해진 일 안에서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고, 하루 중 근무 8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속에서도 나는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안정된 삶이라고 부모에게 선배에게 사회로부터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디에서 8시간을 보내냐는 중요한 문제였고,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그렇게 소중했던 8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고통으로 변했다. 8시간의 가치는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쳤고,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러나 퇴사를 20여 일 앞두고 나는 걱정거리가 너무 많다. 당분간 이 걱정거리에 대해 조목조목 파 해쳐 볼 거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어마어마한 개인적인 서사가 존재하므로. 멀리 서는 창대한 미래를 꿈꾸지만, 한 달 후의 삶은 안정에서 불안정으로 급락할 것 같고 편함에서 불편함으로 바뀔 것만 같다. 내 이름 세 글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만 같다. 현실적인 불안을 떠 앉고도 불특정 한 출발선 앞에 서기로 결심한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세계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대책 없이 퇴사 선택한다고 했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은 우려와 걱정을 앞세웠다. 나는 그들의 걱정을 이해했지만, 나는 바뀌지 않았다. 나름의 핑계라면 먼저 했던 두 번의 퇴사 모두 확실한 대책 있는 선택이었는데 이제는 대책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결심이 온전히 서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지금 제일 떨리고 두렵다. 세상을 홀로 맞서야 한다는 불변의 사실에 나의 마음은 칠흑 같다. 까마득할지라도, 대책이 없어 보여도 그만두기로 결정한 이상 나의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익숙해진 삶에 도전장을 내밀고 말았다. 자석에 철썩 붙은 철가루처럼, 불투명한 미래에 나를 밀어붙여보련다.



도전! 을 외치는 사람처럼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