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카포!

처음부터 다시!

by 임다희

자유인이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 24시간을 오로지 내가 계획한 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날을 맞은 게 15년 만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제약에서 벗어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정해진 8시간에서의 해방’은 나에게 정신적인 자유를 줬다. 나에게 ‘의미 없음’으로 판결 난 일에 대해 더 이상 얽매여있지 않게 됨으로써 얻는 평온함과 무사함이었다.



출근 압박이 없어져서 그런지 알람 없이 아침 8시쯤이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커피 한잔을 내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책상 앞에 앉아 오전에 할 일을 한다. 신문을 보고, 매일 조금씩 읽고 있는 책의 오늘 분량을 읽고, 인상 깊은 몇 문장을 발췌하고 단상을 적는다. 간간히 창밖을 내다보면서 길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을 보며 멍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제 읽다만 책을 읽기도 한다. 아무 탈 없이 조용히 보내는 아침. 이 여유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깨닫는다.



한편으로는 얽매였던 소속감에 완전히 벗어났다는 현실이 어색하기도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오전, 오후 할 일을 나열하고, 하나씩 지워가며 하루를 보낸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게 너무 오랜만이어서, 허둥지둥하며 서툰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해진 틀에 따라 살고 싶지 않다고 부르짖지만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도, 그런 삶을 이어가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겠지.

겨우 고개를 들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리번거리고 있다.




‘회사에서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에서 시작된 나의 의문은 결국 나를 퇴사까지 이끌었다. 고민을 했던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보면, 자책과 원망으로 나를 괴롭혔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누구를 원망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만든 고뇌의 시간들이다. 좋고 나쁘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고, 맞고 틀리고의 문제도 아니다. 인생에서 거쳐 가야 하는 수많은 터널들 중에 한 구간을 통과하는 과정일 뿐이다. 나의 삶에서 일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일에 지나치게 나를 투영시켰던 만큼 앞으로 나를 지키며 일을 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게 용기를 주었다.



이제 내가 외쳐야 할 것은 이것뿐이다.



처음부터 다시!

다 카포! (Da Ca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