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folding screens 2
No. 11 20230208수
조선, 병풍의 나라 2 Beyond folding screens 2
2023.1.26 - 4.30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올해 열한 번째 전시 관람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조선, 병풍의 나라 2(Beyond Folding Screens 2)'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봐오던 병풍은 오래되어 낡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씨나 그림이 있는,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던 물건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일반 가정에서 접할 수 있는 병풍은 그런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병풍 전시는 아름답고 흥미롭고 현재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는 예술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의 그림은 원근법보다는 평면적 표현을 주로 하다 보니 소재 하나하나가 현대미술 또는 일러스트레이션의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실존하는 동식물과 신화적인 소재들을 넘나들다 보니 한 편의 판타지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정조시대 화성으로 향하는 행렬을 보여주는 기록 의미의 병풍도 있어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엄청났습니다. 사실 병풍 하나를 앞에 두고 한두 시간씩 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전시책자를 살수 밖에 없었고요.
그런데 전시를 보다 보니 조선의 소재가 아닌 중국의 소재가 많다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사회 문화적으로 연결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나 파도의 물결 모양은 일본의 우키요에 화풍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일본의 우키요에 화풍이 전 세계에 퍼져나가면서 일본의 그림풍으로만 알고 있는데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화법으로 보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병풍은 일월반도도입니다. 낮과 밤에 파도가 치는 바다 위로 해와 달이 뜬 모습과 복숭아가 달려있는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눈에 띄는 병풍으로는 자수매화도가 있습니다. 안주수라는 굵은 실로 자수를 한 작품입니다. 제주시 삼성혈 인근 오현길은 예전부터 자수병풍을 만드는 표구사가 많이 있었습니다. 한국이 못살던 시절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제주에 많은 기여를 하신 재일동포들이 제주에 왔다가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선물로 가져갔던 것 중에 자수병풍이 있었습니다. 병풍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백만 원하는 병풍을 많이 주문했고, 표구사 뒷 공간에서 공장식으로 자수를 두던 장인들이 많이 계셨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유행하면서 수공예 작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수공예가 현대로 와서 멋진 예술로 살아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자수 장인들이 크리에이터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