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여전히 사람을 구하지 않았다. 인간도 스스로를 살려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 혹은 나약하게도 - 신에게 기도한다.
'망자를 부탁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자리한 사유의 방을 둘러보며 그 아름다움에 몸 둘 바를 몰라한다. 인간 자신이 만들어놓은 경외의 대상에 스스로 홀린다고 할까...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신성을 만들어내는지 모른다. 극으로 다한 조형술과 빛과 색,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 같은 전시 공간은 종교적 신성함을 벗겨버리고 눈에 보이는 형상만을 숭배하게 한다. 종교적 귀의는 던져버린다. 신자임에도 그분께 기도를 드릴 마음은 애초부터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기원을 올렸어야 하나?
꼭 그랬어야만 했다.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세상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막연한 소원을 되내어, 어디 해피엔딩으로 귀결되고 마는 할리우드식 판타지나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눈물 한 방울로 모든 걸 비극의 이전으로 돌려놓는 결말에 이르도록 말이다.
미륵보살, 당신은 누구를 구하셨습니까?
우리는 매번 이런 식으로 한탄하고, 자책하거나 남을 원망하기도 하며 마음의 상처를 애써 매듭짓고 넘어가 버린다. (그 방식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이다)
10월 말 토요일 저녁, 야간 관람을 마치고 사유의 방을 나서자 밖은 이미 어둑해졌다. 4호선을 거슬러 집으로 향하는 길, 삼각지서 6호선으로 환승하는 이들이 내린다. 무리 지어 웃으며 열차를 떠나는 그들에게 부디 아무 일도 없었기를, 그렇게 우린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나약한 존재들과 나약해져버린 이들에게 기원을
다시 사유의 방을 찾아가고 싶다.
아름다움이 아닌 당신의 힘을 보여달라고,
그렇게 해줄 수 있을지 묻고 싶다.
하지만 난 또 어느새 당장의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말 안 듣는 아들과 어른스럽지 못하게 다툼을 할 것이며 또 어딘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투정을 부리는 하루하루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