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까지의 고민
김제시에 미디어홍보팀이 신설되고 SNS를 운영하는 담당자로 일한 지 9개월이 지났다.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고민했다. '공무원이 이렇게까지 나를 드러내야 하나?’
김제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내 일이지만,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익명성 뒤에서 시정을 알리는 것과 내 시선과 감정을 담아 김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매일 김제의 구석구석을 취재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순한 ‘홍보’의 역할로 끝나는 게 맞을까? 내가 직접 바라본 김제, 나만의 시선으로 기록한 김제의 이야기를 남길 수는 없을까?
결심의 순간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팀원들과 새만금 동서도로 자전거도로 촬영을 하며 찍은 사진이었다. 아름다운 석양이 부서지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쌓여가던 그 순간, 나는 ‘김제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졌던 것 같다. 그때부터였다. 홍보 담당자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기록자’로서 김제를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단순한 정보 제공을 위해 김제를 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업무적으로 찍었던 사진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순간을 온전히 담은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적어 나가고 싶었다. 그렇게 결심하는 순간, 나를 짓누르던 부담감이 조금씩 설렘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김제
김제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기록자로서 다시 바라보니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익숙했던 길도,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논과 들도 새롭게 다가왔다. 벽골제 쌍룡이 햇살을 반사하는 순간, 망해사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시장 골목을 누비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 이런 것들이 비로소 내 눈에, 그리고 내 마음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저 예쁜 풍경을 담으려 했다. 그러나 사진을 찍으며 깨달았다. 김제의 진짜 매력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있다는 것을. 오래된 가게를 지켜온 사장님의 손길, 매일 새벽 논으로 나가는 농부의 발걸음, 공원에서 손을 잡고 산책하는 노부부의 미소.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김제는 그저 행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도시가 아니라, 내가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방향
이제 나는 ‘김제니’라는 이름으로 김제를 기록하기로 했다. 김제의 SNS 담당자로서가 아니라, 김제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걷고, 보고, 느낀 김제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남길 것이다.
앞으로 김제를 어떻게 기록해 나갈까? 먼저, 김제의 사계절을 따라가 보려 한다. 봄이 오면 청보리밭의 푸르름을, 여름이면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가보고, 가을이면 황금 들녘을, 겨울이면 고즈넉한 금산사의 설경을 담고 싶다. 또, 김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 농사를 짓는 어르신,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단골 손님. 그들의 이야기가 모이면, 김제는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기억 속에 남는 공간이 될 것이다.
망설임을 설렘으로 바꾼 이 순간, 나는 김제를 기록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이 기록이 김제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기대된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김제, 가보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보다 더 기쁜 순간은 없을 것 같다.
"I decided to step out of my comfort zone." 나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