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동이즘 Sep 20. 2022

착한 고양이 알퐁소 추억의 부천역 카페


오래전 부천역 앞

<착한 고양이 알퐁소>라는 카페가 있었다.


내 기준 그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아래 3가지였다.


1. 밤라떼

2. 켜켜이 쌓인 생크림 크레이프 케이크

3. 이가 녹아내릴 것 같은 꾸덕꾸덕 초콜릿 케이크


1. 크레이프 케이크는 누구에게 추천해도 될 정도로 자신 있는 메뉴였다.

(카페 주인이 만들었는데 왜 내가 자신 있는 걸까)


2. 초콜릿 케이크는 초코 덕후들에게 축복 같은 꾸덕함이 있는

그렇다고 브라우니는 아닌 초코 캐러멜에 가까운 케이크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가게의 대표 시그니쳐는.

3. “밤라떼”였다.


중학교 시절 군고구마 판매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당시 친한 친구와 딱 하루 고구마와 밤을 구워 판 적이 있었다.

고구마와 밤은 당시 마을 5일장에서 구매했고,

군고구마 통은 같은 동네 형에게 하루 밤 3만원에 빌릴 수 있었다.


고구마는 금세 바닥이 났다.

군고구마 통 대여비와 고구마, 밤을 구매한 가격은 그것으로 해결되었다.

그러나 남은 밤을 팔아야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밤은 웬일인지 한 봉 지도 팔리지 않았다.


우리는 남은 밤 모두를 구워 절반씩 나눠 가진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까지 걸어가는 30분이 어찌나 길고 춥던지,

따듯한 밤을 핫팩 삼아 들고 가다, 결국 하나씩 꺼내먹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수십 개의 밤이 모두 사라진 후였다.


찬 바람이 부는 구포다리를 건너며 꺼내먹던 밤들의 맛과 향.

그것들을 추억까지 모두 갈아 넣어 만든 음료가 있다면

<착한 고양이 알퐁소> 카페의 “밤라떼” 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맛.


하지만 <착한 고양이 알퐁소> 카페는

2014년 한참 카카오페이지에서

<탐정은 개뿔>을 연재하던 당시 문을 닫았다.


언제나처럼 콘티를 짜기 위해 알퐁소를 들른 날이었다.

밤라떼와 초콜릿 케이크를 시키고 막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여사장님이 말을 걸어왔다.

늘 상냥하고 친절하신 분이었지만,

절대 사적인 말 한마디 먼저 걸어오지 않던 분이었다


“이번 주말에 문 닫아요 저희.”

그러면서 건네주신 폐업 선물이

(첫번째 사진의) 슬픈듯한 눈을 가진 고양이 그림과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는 생선 플라스틱 더미였다.


커피잔에는 언제나 갈색 체크무늬의 리본이 달려있었다.

손잡이가 없는 차가운 음료 컵의 경우,

빨대의 꺾어지는 부분에 리본이 달려있었다.


분명 설거지를 할 때마다 리본을 풀었다가

컵이 마른 후 다시 묶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수고로움을 유지한다는 것에서

가게에 대한 주인의 애정과 일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 모든 곳에서

주인의 고풍스러운 취향, 부지런함, 장소에 대한 애정

일에 대한 열정, 손님에 대한 존중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알퐁소 #착한고양이알퐁소 #부천역카페 #밤라떼 #이젠못먹음

매거진의 이전글 능소화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