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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동이즘 Oct 25. 2023

효율과 비효율

창작의 이유

지난주 세 개의 모임에 다녀왔다.


-수요일) 문체부 <생성형 AI 창작인을 위한 안내서> 의견수렴 좌담회

-토요일) <웹툰포럼>

-일요일) <경제적 자유를 위한 독서모임> -레버리지


‘레버리지’라는 것은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불필요한 잉여 노동력, 에너지 등을 모두 제거하는 기술을 말한다. 주로 기업에서는, 시간과 소득이 정비례하는 영역을 아웃소싱이라는 것으로 해결하고, 아웃소싱으로 얻은 시간을 보다 더 효율적인 것에 투자하는 형태다. 웹툰에서는 스케치업 배경을 구입하거나, 어시스던트를 여러 명 고용하는 형태로 단순 대체할 수 있겠다.


레버리지와 생성형 AI의 화두는 ‘극단의 효율’이다.


<웹툰포럼> 윤현석 작가님의 발제 키워드는 ‘비효율’이었다. 작품 내 모두의 염원을 담기 위해 그린 컷 안에는 어마어마한 ‘비효율’이 담겨있었다. 300배 확대된 컷 안에 깨알같이 적어두신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들.


이효리의 남편, 작곡가 이상순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하루는 이상순이 의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보이지도 않는 안쪽까지 사포질을 정성스레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보지도 못할 의자 속을 뭐 그리 열심히 손질하냐?”


이효리의 물음에 이상순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고 한다.


“내가 보잖아”


창작자들은 무엇 때문에 비효율적인 작업을 감내하는 걸까?

가수 요조의 <나의 쓸모>라는 곡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세상에는 이렇게 부를 노래가 많은데]

[내가 굳이 또 이렇게 음표들을 엮고 있어요]


정말이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콘텐츠들이 있다.

웹툰, 유튜브, 노래, 영화, 소설, 게임…..


그럼에도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고, 작곡가는 노래를 만든다. 내가 만들지 않아도 세상의 플랫폼은 알아서 잘 돌아가고, 어쩌면 이 세상에는 나라는 창작인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창작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도 효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목표를 가진 주인공이 있고, 그것은 이루기 힘들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아크플롯의 한 줄 요약이다.


재미를 위한 아크플롯의 주인공들은 우여곡절 끝에 목표를 달성한다. 그런데 <송곳>의 주인공은 작품 내에서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못하고, <미생>의 주인공은 정규직이 되지 못한다.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가치가 발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콘텐츠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나’이기에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있다.

내가 만족하는 전달방식. 그것은 효율과는 먼 방식일 때가 있다.


‘세상의 평가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의자.’


그러나 안쪽까지 정성스레 다듬은 의자에는 ‘작가의 비효율’이 담겨있다. ‘세상을 사는’ 작가의 작업방식이 아닌 ‘나를 사는’ 작가의 작업방식이다.


돈, 효율, 인기와 같은 사회적 척도가 아닌, ‘나’를 기준으로 한 삶.


때로는 효율을 위한 ‘비효율’이 어떤 것보다 소중할 때가 있다.


인공지능이건 스케치업이건 시대가 던져주는 도구는 어쩔 수 없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만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의자 속 사포질.


기꺼이 ‘비효율’을 택할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찾아야 할 ‘정체성’


그럼에도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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