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3 - Max Richter
한창 한 발짝 떼는 게 어려운 날들이 있었다.
정조가 하신 말씀이 있다.
일을 할 때 날(시간)이 불충분한 것보다 온 마음을 다하지 못할 것을 경계하라 - 는 말이 홍재전서에 남겨져 있다.
쉽게 말하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서, 혹은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해서 지레 포기하거나 반복되는 매일을 놓아버리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을 땐 진짜 늦은 거지만, 시간에 구애받기보다 진심으로 하지 못할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이 문장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마운 문장이다.
방향성을 잃고 인생의 목표가 없고 방황했는데 그 이유는 심리적인 이유가 컸다.
대부분 중고등학생 때 한창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나는 그 시기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대학 4년 내내 무기력하고 회의감에 빠져 지냈는데 내 또래의 다른 친구들은 그 자체로 빛나는 청춘을 보내는 것 같아서 더 우울했었다. 잠드는 게 두려웠고 아침에 눈 뜨는 건 더 싫었다.
물론 지금은 이 몇 줄로 정리가능할 정도로 마음가짐이나 심리적인 면에서 많이 회복했다. 아무 말 없이 곁에서 있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만 그와 동시에 뒤늦은 방황에 대한 크고 작은 불안감이 시시때때로 든다. 뇌의 모든 기능이 시간의 제약, 제한에 대한 두려움, 망설임으로 마비되는 것 같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무엇도 느끼지 못하고 이냥 저냥 그냥 흘려보낼 때도 있다. 그런 날은 하루를 좀 더 잘 살아볼걸, 이걸 해볼걸 하는 후회나 뒤늦은 미련이 새벽이 되면 밀려온다. 피곤한데도 정신이 닳고 닳아 방전될 때까지 생각을 하고 또 하다가 뒤척인다.
그럴 땐 다시 마음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