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비스 Jun 08. 2024

주님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더 용기내어 열심히 연대하지 못한 저의 탓입니다



 조금은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트랜스 여성으로서 여군으로서 살고 싶었지만 강제 전역을 당한 뒤 목숨을 끊은 변희수 하사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되고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다는 소식이었다. 조금 더 빨리 이루어졌다면 좋았을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한다는 것이 어디냐 하는 생각에 같은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변희수 하사의 순직 인정과 대전 현충원 안장에 대해 일부 종교계를 중심으로 비난하는 개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순직 인정과 대전 현충원 안장에 대해서는 반가운 소식이기에 그 개소리를 깡그리 무시할 수 있었다. 막말로 달리는 기차가 무서워 개가 꼬리를 내리고 컹컹 짖는다 한들 기차는 신경쓰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려가니 혐오 세력의 개소리를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고인이 생전 가톨릭 신자였고 나 역시 개종한 가톨릭 신자다보니 주변에는 한 다리 건너서 고인의 생전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있다. 그 분들을 통해 변희수 하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변희수 하사가 살아서 나랑 만났더라면 친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떠오른다. 참 성정이 올곧은 사람이었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구나 싶다.


 사실 나에게 국적이란 서류쪼가리에 지나지 않기에 나에게 애국심은 그다지 공감가는 마음이 아니다. 사실 나에게 애국심이란 신기하면서 이상하게 보이는 마음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애국심, 조국에 대한 사랑 이런건 개나 줘버려라 하는 나지만 변희수 하사가 생전 기자회견에서 "저는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겅슨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감명이 되어 지금까지도 기억 한 곳을 맴돌고 있다.


 대전 현충원 안장 결정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변희수 하사는 자신의 세례명에 참으로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모님께 수태고지를 했던 대천사 가브리엘, 성소수자로서 트랜스여성으로서 그리고 여군으로서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고 외치고 어찌되었던 그 선례를 전해 열어준 변희수 하사. 어쩜 그렇게 세례명을 찰떡같이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변희수 하사는 정말 세례명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 않나 싶다.


 주님.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의 영혼을 보듬어주시어 당신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그녀의 죽음에는 사회의 그리고 우리 교회의 책임이 있습니다. 좀 더 용기내어 그녀와 연대하지 못한 저의 탓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