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절반이라도 닮았으면 해
마블의 엑스맨 시리즈에는 참 다양한 뮤턴트가 등장한다. 물체를 통과하는 뮤턴트도 있고 초재생능력을 가진 뮤턴트도 있고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뮤턴트도 있으며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뮤턴트도 있다. 그 중에는 나이트크롤러라는 이름의 순간이동 능력자인 뮤턴트도 있다.
누가 보더라도 너무나 확실하게 악마의 모습을 한 나이트크롤러는 생긴 것과 다르게 너무나 상냥하고 배려심 깊으며 착하고 다른 뮤턴트 친구들을 사랑하며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 악마의 모습을 했는데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니, 너무나 아이러니하지만 영화에서 나이트크롤러는 기도를 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며 코믹스에서는 한 때 사제의 길을 걷기도 했고 교황 후보까지 되기도 했으니 말 다했다.
이 캐릭터에 대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번주 툰 분량에서 나이트크롤러에 대한 언급이 있고 내가 그의 절반이라도 닮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나이트크롤러는 태어나자마자 뮤턴트라는 이유로 버려지고 집시의 손에서 성장하지만 서커스단에 팔려가 동물 취급을 받았다. 진짜 악마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들을 살면서 겪은 셈이다. 그렇지만 너무나 착하고 다정한 그 모습이 감명 깊은 캐릭터다.
이래서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일까.
나 또한 쉽지 않은 인생사였고 앞으로도 마냥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그럼에도 악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냥하고 배려심 깊고 단단한 퀴어 당사자가 되고 싶다. 그것이 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며 예수님 또한 그 방향을 좋아하실 것이니 말이다.
그것만큼은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