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청년회를 그만두다
여전히 가톨릭 교회가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고 험하다
성당 청년회를 그만두기로 했다. 긴 시간 청년회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얻은 것은 '여전히 가톨릭 교회는 성소수자에게 닫혀있다'는 것이다. 이거에 대한 반박은 받지 않지 않으려 한다.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지금껏 느낀 가톨릭 교회는 퀴어이슈에 대해 여전히 닫혀있고 앞뒤가 맞지 않는 교리를 잣대로 우리를 학대하는 느낌이다. 나는 이에 대해 이견이 없으며 엄연히 현재진행형인 문제라 말한다. 물론 이전보단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톨릭 교회가 아직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고도 험하다.
청년회 활동을 시작하며 나는 몇몇 사람들에게 커밍아웃과 함께 나는 젠더이슈가 있으니 자매님 말고 교우님이라고 불러달라, 라고 말했다. 물론 사람들은 앞에서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앞에서만 이었다. 내가 이미 말을 했음에도 그들은 나를 끝까지 자매님이라 불렀다. 그럴 때마다 은근슬쩍 신호를 주기도 하고 대놓고 눈치를 주기도 했지만 그 언행은 바뀌지 않았다.
만약 내가 이에 대해 자매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교우님이라고 부르라 하면 그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살면서 쭉 형제님 자매님 하고 불렀는데 그걸 어떻게 바꾸냐고. 하지만 나는 30년 가까이 교회에서 자매님 소리를 듣다가 성당으로 온 것인데 왜 익숙해지지 않을까. 들으면 들을수록 익숙해지기는 개뿔, 소름끼치고 징그럽고 누군가 나한테 그렇게 부른다는 것은 불쾌함을 넘어 너무나 역겨울 정도다. 그래서 내가 대안을 준 것인데 그거마저 무시하고 그런다는 것은 나를 무시하겠다는 것 아닌가.
커밍아웃을 하고 사람들이 나에 대한 태도가 묘하게 싸해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은근히 나를 따시킨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신경쓰지 않고 싶었다. 그런걸 말해보았자 그 자리에서 이상한 인간이 되는건 나 뿐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계속되는 은근한 배제에 '내가 이런 호구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청년회에 남아있을 이유가 있긴 한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날 때부터 수없이 많은 배제와 차별을 봐왔지만 참으로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다.
결국 현재 나는 청년회 단톡방을 나오고 나에게 갠톡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을 싸그리 차단시켜둔 상태다. 이런 취급을 받으며 청년회 활동을 연명하듯 이어갈 바에는 청년회 활동을 그만두고 그 몫만큼 내가 소속된 성소수자 단체를 위해 힘쓰자는 의미다.
아직 가톨릭 교회가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고 험하다는걸 다시금 깨달았다. 말로는 자신들이 성소수자를 혐오하지도, 배제하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은근슬쩍 그러는 그 태도에 질려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가톨릭 신앙을 포기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예전같으면 환멸나고 힘들어서 몽땅 다 놔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마냥 혼자 견디는 것은 아님을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