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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insoo May 28. 2023

다수의 암묵적 동의에 질문하기 (2)



다수의 암묵적 동의에 질문하는 것은 그들에게 반기를 드는 것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이다.


선생님 1+1은 왜 2예요?
그냥 2야. 그걸 왜 물어봐 당연한 것을.
왜, 2예요? 2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원래 수학적으로 1+1은 2야! 당연한 것을 왜 계속 물어보니, 그냥 외워.
그럼, 수학적으로 왜 2에요?
야! 너 장난치냐? (선생님은 주먹을 쥐어 나의 머리를 꾸욱 눌러 때리셨다) 그만하고 빨리 자리로 가!


나는 진짜 궁금했다.

하지만 궁금함에 던진 질문에 답은 항상 '당연하다'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엄마한테 물어봤다.

엄마 1+1은 왜 2야? 선생님한테 물어보니깐 수학적으로 당연하데. 수학적으로 뭐가 당연한거야?

선생님한테 머리를 맞은건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놀랄까봐.
우리 집은 말을 이쁘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동생에게 '바보'라고 놀리면 여지없이 혼난다.
더구나 장난으로라도 머리를 때리면 난리난다.

내 질문에 대한 엄마의 답은 또 다른 질문이었다.

그럼 엄마가 질문! 너가 생각하기에 1+1은 뭐야?
창문!

왜?

엄마 봐봐! 이거 그림으로 그리면 창문이 된다. 소리내어 낄낄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엄마 이거 너무 신기하지 않아?

엄마도 같이 웃었다. 대단한데? 우리 아들.

엄마는 웃음을 참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다시 봐볼까.

일단 '1'은 숫자야. '+'는 숫자를 더한다라는 뜻이야.
1+1은 1이라는 숫자와 1이라는 숫자를 더한다는 뜻이고.
이건 1개의 양을 더하면 2개가 된다는 수학적 약속이야.
이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약속한거야.

네 말도 맞아. 수학으로보면 2지만. 이걸 하나의 그림으로 보면 창문이 될 수 있지.

넌, 그림으로 봐서 창문이라고 생각한거야.

그런데 대단하다. 숫자를 그림으로 보고 창문이라고 생각하다니, 엄마는 전혀 몰랐어.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참 대단하다. 내 질문에 한 번도 '당연한데 왜 물어봐'라는 말은 안하셨다.

난 그럴 수 있을까?


엄마의 말에 난 으쓱해졌다.

다음날 선생님한테 따졌다. 선생님 1+1은 그림으로 보면 창문이에요. 2가 아닐수도 있어요.

역시나 답은 뻔했다. 행동으로 답을 받았다. 꽁하고 주먹을 휘둘러 머리 때리기.

속으로 선생님은 바보야. 뭣도 모르면서 무슨 선생님이야. 씩씩댔다.


어렸을때부터 궁금한 것에 질문을 하면, 아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질문하면 대답은 같았다.

'당연한거야!', '그만 물어봐!'


2023년.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왜'에 대한 질문을 한다.
'왜'에 대한 질문을 하면, '당연한 것'에 대한 질문의 답과 대부분 같다. 특히 회사에서.

왜 이거 해야돼요?
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우리 이거 해야해!', '위에서 시킨거야'
가끔 이 답을 하는 동료/상사에게 계속 질문하면 나를 불편해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딱히 변한 건 없다.

내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26살부터 지금까지 매 번 질문하지만, 답변은 시원치 않다.
혼자 '왜?'에 대한 답을 찾으며 아둥바둥하다가 현타 올때가 많다.

내 스스로 내 인생에 대한 '왜?'라는 질문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왜 사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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