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회귀선과 브랏사이

소설과 영화, 그리고 사진

by 노용헌

브랏사이(Brassai, Gyula Halssz)는 헝가리의 브라소(Basso)라는 지방도시에서 태어나, 1924년 파리에 정착했고, 파리에서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많은 예술가들과 교분을 나눴고, 앗제가 파리의 새벽을 담았다면, 그는 파리의 밤풍경을 기록했다. 그의 초기 사진은 당시 예술가와 범죄자들의 지역으로 유명하던 파리 몽파르나스의 밤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플라스 피갈 바의 보석 'Bijoux' in Place Pigalle Bar〉·〈매춘부 Streetwalker〉 같은 사진이 실린 〈파리의 밤 Paris de nuit〉이라는 사진집이 1933년에 출판되어 곧바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2명의 아파치 단원 Two Apaches〉과 같은 강렬한 작품을 싣고 있는 〈파리의 즐거움 Voluptés de Paris〉(1935)이 이어 출판되자 곧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파리의 밤> 사진집은 1933년 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사진문화상인 에머슨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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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랏사이는 같은 헝가리 출신의 사진가인 앙드레 케르테츠(Andre Kertesz,1894–1985)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파리의 초현실주의자들과 교류했었고, 파리의 밑바닥 인생들의 삶의 애환과 신비한 밤의 풍경을 찍었다. 밤거리를 헤매는 부랑자, 창녀, 카페 풍경, 벽에 그려져 있는 낙서 등이 그가 관심을 갖은 표현대상이다. 당시 파리의 또 다른 문화를 서정적으로 때론 신비스럽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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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문화를 증오해 왔다. 그것이 내가 지속적으로 내가 내자신을 표현하는 매체를 변화시켜온 이유이다."

-브랏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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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언제나 화려한 곳은 아니다.1930년대 파리는 좋은 시절, 즉 풍요와 평화가 넘치건 '벨 에포크(La belle epoque)시대가 끝나던 무렵이다. 우아한 복장을 한 신사 숙녀가 그 번창한 파리 거리에 넘쳐흐르던 대신 창녀와 매음굴, 그리고 실업자와 아편이 길거리를 휩쓸던 어두운 시절이었다. 브랏사이의 밤 사진은 이러한 시대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특별한 사건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당시 파리의 사회문화적인 단면을 반영하는 결과물이다.


“늘 일상의 도시를 우리가 생전 처음으로 발견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혼란스런 장면은 관중의 기억을 파고들지 못한다. 나는 늘 사진의 형식적인 구성이 주제 그 자체만큼 중요하다고 느낀다. 당신은 모든 과잉의 요소들을 제거해야만 한다. 당신의 철의 의지로 당신만의 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 당신은 관중의 시선을 흥미로운 것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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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북회귀선’으로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이자 브랏사이의 밤길 동무이기도 했던 헨리 밀러(Henry Miller)는 “브랏사이는 존재 자체가 살아있는 눈이었으며 그의 시선은 모든 것에 담긴 진실의 심장부를 바로 꿰뚫어보았다. 나는 매나 상어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 현실로 뛰어드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브랏사이가 얼마나 그 대상에 집중했는지를 묘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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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밀러(Henry Miller)의 <북회귀선(Tropic of Cancer)>은 1970년 미국에서 TV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는데 조셉 스트릭(Joseph Strick)이 감독을 했고 립 톤(Rip Torn)과 제임스 토마스 칼라 한(James T. Callahan), 엘런 버스틴(Ellen Burstyn)이 출연을 했다. 이후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은 필립 카우프먼 감독의 영화로 1990년 만들어졌다.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봉했지만, 원제목은 ‘Henry & June’이다. 소설 <북회귀선>을 영화한 것이 아니라, 헨리 밀러의 정부였던 아나이스 닌의 일기를 바탕으로 헨리 밀러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준, 그리고 아나이스 닌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를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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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위로 나뭇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나무들, 물 위에서 부서지는 그림자, 피 같은 다리의 등불 아래를 흘러가는 급류, 입구에서 졸고, 신문지 위에서 졸고, 빗속에서 조는 여자들, 사방에 곰팡내 나는 사원의 현관, 거지, 이와, 말라리아를 앓고 있는 추악한 노파가 있다. 골목에 술통처럼 쌓아올린 손수레, 시장의 과일 냄새, 채소와 푸른 아크등에 둘러싸인 낡은 교회당, 쓰레기가 가득 차 미끈거리는 하수도, 밤새도록 야단법석을 떤 끝에 악취와 기생충 속을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는 새틴 구두를 신은 여자들, 생 쉴피스 광장, 한 밤중에는 쥐죽은 듯이 고요한 이곳에, 부서진 양산을 손에 들고 이상야릇한 베일을 뒤집어쓴 여자들이 밤마다 반드시 찾아왔다.” <북회귀선, P29>


“그것은 ‘그의’ 파리였다. 이처럼 파리를 느끼기 위해서는 부자일 필요가 없다. 시민일 필요조차도 없다. 파리에는 가난한 사람이 너무 많다--이전에 이 땅 위에서 가장 뽐내며 걸어다니던 가장 더러운 많은 거지들...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고향에라도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파리 사람들과 다른 대도시 시민들을 구별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이다.

뉴욕을 생각하면 매우 다른 느낌을 받는다. 뉴욕은 부자들에게도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뉴욕은 차갑고, 휘황하며, 심술궂다. 건물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는 이루고 있는 활동에 대한 일종의 원자적(原子的)인 착란이 생긴다.“ <북회귀선,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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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도시 파리! 로마보다도 영원하고 니네베보다도 화려하다. 그야말로 세계의 배꼽이다. 그곳으로 사람들은 눈먼 얼간이처럼 네발로 기어서 돌아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바다 한가운데서 떠도는 병마개처럼, 사람들은 이 도시에 정착하지도 못하고 희망도 없이, 옆으로 지나가는 콜럼버스를 깨닫지도 못하고 바다 거품과 해초 속에서 떠돈다. 이 문명의 요람은 세계의 썩은 하수구다. 악취를 내뿜는 자궁이 살과 뼈와 피의 꾸러미를 감추는 납골당이다.” <북회귀선, P185>


“어느 날 나는 한 사진작가와 알게 되었다. 그는 뮌헨에 있는 어느 변태의 부탁을 받고 파리의 추잡한 것들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그는 내가 자기를 위해 팬티를 벗거나 그 밖에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해 줄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그 말라빠진 난쟁이들, 호텔 사환이나 편지 심부름꾼 같은 모습을 한 녀석들, 이따금 작은 책방에 진열된 외설적인 그림엽서를 들여다보는 사나이들, 륀 거리나 다른 파리의 불결한 지구에 살고 있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같은 녀석들을 머리에 떠올렸다.” <북회귀선,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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