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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ul 01. 2024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영화 <어머니 Mat>  1926년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는 러시아의 혁명문학 중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프세볼로트 푸도프킨(1893∼1953)의 <어머니>(1926)는 바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무성영화의 걸작이다. <전함 포템킨>이 시종 망치로 때리는 듯한 충격을 안겨주는 숨가쁜 영화라면 <어머니>는 서정을 통해 격정을 쌓아가는 질긴 밧줄과 같은 영화이다.     

매일같이 마을로부터 떨어져 있는 노동자촌의 열기와 기름냄새로 절어 있는 대기 속에서 공장 사이렌이 떨리는 듯한 소리로 울려 펴지면, 그 소리를 따라 회색빛 작은 집들로부터 아직 잠에서 덜 깬 몸으로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침울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마치 질겁한 곤충처럼 거리로 뛰쳐나온다. 차디찬 어둠 속에서 그들은 병든 거리를 따라 높다랗게 솟아 있는 공장의 돌담으로 나아갔고, 그러면 돌담은 수십 개의 기름기 흐르는 정방형 눈으로 진창길을 환히 비추어 주면서 냉혹한 시선으로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진창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괴상한 소리를 냈다. 또 거친 욕설로 새벽공기를 맹렬히 가르며 잠이 덜 깨어 목이 잠긴 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을 향해서 또 다른 소리들이 날아들었는데, 그것은 기계의 지독한 소란스러움과 수증기의 으르렁거림이었다. 굵다란 막대기처럼 노동자촌 위로 우뚝 솟아 있는 검은 굴뚝들이 멀리 우울하면서도 험상궂게 보였다. 집집마다 유리창에 붉은 햇살이 맥없이 걸리는 저녁 무렵이면 공장에서는 타다 남은 석탄 부스러기 같은 사람들이 돌덩어리처럼 묵직한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러고는 검게 그은 얼굴로 끈적끈적하고 고약한 기계 기름 냄새를 풍기면서 굶주린 이를 허옇게 드러내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목소리는 생기를 되찾아 즐겁기조차 했는데, 오늘도 이것으로 노역이 끝나고 집에서는 저녁밥과 휴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장은 또다시 만 하루를 통째로 삼켰다. 공장 기계는 필요한 모든 힘을 인간의 육체로부터 빨아들였고, 시간은 흔적하나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인간은 결국 자신의 무덤을 향해 일보를 더 내디딘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휴식의 즐거움과 왁자지껄한 선술집이 눈앞에 아른거려, 그들은 비로소 나른해지며 더구나 신바람까지 나는 것이었다.          (P9-10)     


혹독한 노동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은 금세 술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선 이해할 수 없는 병적인 흥분이 도사리고 있었다.그들에겐 탈출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이런 불안한 감정을 해소할 만한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찾아보려고 몸부림쳤다. 그러다 보니 툭하면 야수와도 같이 서로에게 덤벼들었다. 피를 보는 싸움이 뻔한 결과였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그들은 심한 상처를 입거나,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어느 한편이 죽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싸움을 그쳤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한의 감정이 지배적어있는데, 이러한 감정은 근육의 피로가 불치의 병이듯 만성적인 것이었다. 아버지들로부터 물려받은 이런 마음의 병 때문에 사람들은 이유없는 잔인함으로 평생 혐오스러운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되고 결국엔 그 검은 그림자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죽어갔다. (P11)

     

삶이란 항상 그러했다. 해가 거듭되어도 삶은 마치 더럽고 탁한 개울물이 흐르듯 그렇게 단조롭게 흘러갔다. 어느덧 이미 오래전에 몸에 배어 버린 습관이 그렇듯 똑 같은 생각의 반복이 모든 일의 운명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와 같은 상태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P12)    

 

외지사람들이 이 공장촌으로 흘러들었다. …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쨌든 노동자의 삶은 어디를 가나 별다른 차이가 없음이 명백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대체 무슨 할 말이 더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 가운데 몇몇은 이 공장촌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었다. 그들과 논쟁을 하지는 않으면서도 어쨌든 사람들이 그들의 말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사람에게는 맹목적인 흥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어렴풋한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으며, 어떤 사람에게는 뭔가 분명치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품게 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상념을 쫓아 버리기 위해 더욱더 많은 술을 마셨다.

낯선 사람들에게서 뭔가 다른 면을 눈치채고, 공장촌 사람들은 그것을 염두에 두다 보니, 결국 자신들과는 뭔가 다른 데가 있는 이 사람들을 무의식적인 경계심을 품고 대하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이 사람들이 비록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피할수 없는 우울하면서도 규칙적인 자신들의 삶의 궤도를 파괴함으로써 삶에 파문을 던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변함없는 삶의 힘에 익숙해 있어 결코 더 나은 방향으로의 어떤 변화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변화를 단지 억압하기에 적합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P13-14)     

그녀는 아들에 대한 두려움과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왜 그런 짓을 하는 거냐, 빠샤?" 그녀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들여다보며 크지 않은 목소리로 조용조용 대답했다.

"진실을 알고 싶어섭니다."                 (P29)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던가요? 어머니 벌써 마흔이예요. 그런데 과연 어머닌 살아 있었다고 할 수 있겠어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리기만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진 비참한 삶에 대한 분풀이를 어머니 옆구리에 해댄 거예요. 자기의 비참한 삶에 대한 분풀이를 말입니다. 비참한 삶이 자기를 짓누르고 있는데도 아버진 그게 무엇 때문인지를 몰랐던 거지요. (P29-30)     


마음대로 하거라, 난 말리지 않겠다.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다. 겁 없이 아무 데서나 사람들과 이야기 하지 마라! 사람들을 조심해야 돼. 모두들 서로서로를 미워하고 있어. 탐욕과 질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모두들 나쁜 일을 즐겨 하고 남들을 밀고하기도 하지. 네가 그들을 비난하면 아마 그들은 증오심으로 널 파멸시키고 말 거야! (P34)     


우리 모두는 두려움 때문에 파멸하는 거예요!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우리의 두려움을 이용해서 우리를 더욱더 겁에 질리도록 하는 겁니다. (P36)     


우리는 모두 한 어머니의 자식들입니다. 이 세상 모든 노동자들이 한 형제예요. 결코 패배를 모르는 사상의 아들들인 것입니다. 이러한 사상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이것은 또한 하늘에 떠 있는 정의의 태양이고 이 하늘은 노동자의 가슴속에 있습니다. 그가 누구이고 이름이 무엇이든 사회주의자는 항상 정신으로 우리의 형제들입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언제까지나 우리의 형제들입니다.             (P65)


짜증이 나고 쑥스럽기도 하니까 그저 험악한 표정을 짓고서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화를 내는 거예요. (P76)     

과연 이 세상 어느 천지에 고통받지 않는 영혼이 있겠어요? 전 하도 고통을 당해놔서 이젠 모욕감 느끼는 데에도 지쳤어요. 사람들이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말해 무엇 하겠어요. 이러니저러니 자세히 애기해 보았댔자 시간만 아까울 뿐이지요. 그런게 바로 삶입니다. 전 예전에 사람들한테 화낸 적이 많았어요.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럴 필요가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모든 사람들은 이웃이 날 치지나 않을까 하고 두려워해요. 그러다 보니 맞기 전에 먼저 상대편을 때려눕히려고 애를 쓰는 겁니다. 그런 게 삶이에요. 낸꼬! (P77-78)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눈물은 마르지 않아! (P87)     


나이가 많다느니 적다느니 하는 말은 되도록 하지 맙시다! 누구의 생각이 더 옳은가 하는 것을 가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젭니다. (P95)     


보았는가, 빠벨! 만물의 근원은 머리가 아니고 바로 이 가슴이야! 가슴은 인간 영혼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지. 그 외엔 어떤 것도 자라날 수 없어…

인류를 해방시켜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성뿐입니다.

이성은 힘을 주지 않네. 가슴이 힘을 주는 거야. 머리가 아니란 말야. 알겠나?  (P97) 

    

요컨대 신은 가슴과 이성 안에 있지 결코 교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야. 교회는 신의 무덤일 뿐이야.               (P105)


우리는 이제 일어서야 합니다.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바로 정의, 그 자체를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값있게 여기는 것은 동전, 그게 아닙니다. 동전이란 무게가 좀 있다뿐이지 다른 것처럼 둥글기는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우리의 동전에는 바로 인간의 피가 들어 있습니다.

사장의 지폐에 들어 있지 않은 인간의 피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치라는 건 단순히 동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피, 바로 진실에 깃들여 있는 것입니다!          (P112)   

  

자네, 얘기는 잘했는데, 그들의 가슴에다 대고 얘기하지를 못했어. 그게 문제야! 그들의 가슴에다 대고 말을 해야 해. 그래서 그들의 가슴에 불을 댕겨야 한다고. 가슴 깊숙한 곳에 말야. 자네는 이성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지 못했어. 결국 신발이 발에 맞지 않는 거야. 너무 볼이 좁고 작아! (P114-115)     


너희들의 진리라는 걸 나도 이해해. 배부른 자들이 있는 한 민중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 진리도 없고 기쁨도 없고 도대체가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는 걸 말야. 죽도록 매질 당한 젊은 열정 내 자신이 그렇듯 가엾을 수가 없어. 가슴이 저미도록 ! 하지만 내 삶은 나아지기 시작했어. 차차로 내 자신을, 진짜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지.            (P115)     

사람들은 맨살의 말을 믿지 않아. 그러니 말에 피를 물들이려고 노력해야만 하네.. (P116)   

  

인간은 모욕을 용서하면 안 됩니다. (P163)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쳐 대며 각자의 가슴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겁니다. 모든 노래가 마치 시냇물처럼 내달려 하나의 강물이 되고, 그 강물이 다시 새로운 삶의 노래하는 환희의 바다로 넓고 자유롭게 흘러 들어가는 바로 그날은 오고야 말 겁니다.      (P179)


원래 가슴 안에 불꽃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으면 그을음이 많이 쌓이는 법이에요. (P189) 


가슴에 온통 상처를 입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순간에 그 인간과 논쟁을 벌인다는 건 그를 모욕하는 거나 다를 게 없어.                (P196)     


삶이란 건 달리는 말과 달라서 채찍질할 수 없는거야!              (P199)   

  

원래 가슴 안에 불꽃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으면 그을음이 많이 쌓이는 법이예요.       (P201)     

    

정의란 단순한 위로로 무마될 성질의 것이 아니지요.           (P209) 


사람이란 말을 딱 부러지게 할 줄 알아야 해.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야. 난 발에 족쇄를 채워 구속하려 드는 사랑이나 우정 따위는 원치 않아… (P212) 

    

난 알아. 사람들이 서로를 아끼고 누구나가 타인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해방된 민중들이 온 누리를 활보하고 해방으로 위대해진 모든 사람이 가슴을 활짝 여는, 그리고 개개인의 가슴이 질투에 초연해지고 모든 이가 악의 없이 되는 그날, 바로 그날이 오면 삶은 지금의 삶이 아닌, 인간에 대한 봉사로 변할 것이고 인간의 모습은 고상하게 끌어올려질 거야. 해방 민중에 걸맞은 더없는 고상함에 다다르게 되지! 또 그날이 오면 모두 아름다움을 위한 진리와 해방으로 살아 넓은 가슴으로 세계를 포옹하는 사람들, 세계를 심오한 사랑으로 덥혀 주는 사람들이 최고의 찬사를 받게 되고, 가장 해방된 사람들이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간주되어 존경받게 될 거야.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위대한 사람 아닌가… (P226) 

    

민중을 압살하고 그들의 영혼을 일그러뜨리는 짓을 하는 이유가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이해가 갈 수도 있지만, 그자들도 그런 짓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재산을 위해서 서슴없이 자행한다는데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P232)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다 보면 자기 자신과는 배치되는 일이 있게 마련이야.

모든것, 감정마저도 죄다 버릴 수 있어야 해. 삶을 내팽개치고 운동을 위해 한 목숨 내던질 수 있어야해. 이게 바로 현실이야. 많을 걸 버리게. 자네 삶에서 소중한 모든 것을 버리게.

죄다 버리라고. 그럴 때만이 가장 귀중한 것, 바로 진실이라는 게 자라나게 될 거야······.       (P239)

     

비록 죽음이 앞에 가로놓여 있다 해도 진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야만 하지요. (P262)

     

그리고 다시 자기의 생각, 자기의 가슴이 싹을 틔운 듯한 느낌이 드는 새로운 생각을 기억해 내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우리의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당하시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그분은 계시지도 않았을 겁니다······."

군중은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시조프도 고개를 떨구고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사람들은 문간에 서서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은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P307)     


우리들, 바로 어둡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모든 걸 느낄 줄 안다오. 단지 그걸 표현하는 데 무진 애를 먹어서 그렇지. 사실 우리네 같은 사람에겐 이해는 하는데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게 큰 부끄러움이라오. 그러다 보니 그 부끄러움 때문에 우린 우리 자신들의 생각에 화가 치미는 거지. 삶이란 게 어떤가 보시오. 그저 사방에서 죽도록 얻어터지는 일 말고 뭐가 있느냐 말야. 그러니 그저 좀 쉬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게 되고 결국 생각 따윈 귀찮게 되어 버리는 거라오. (P320)     


우린 이미 보상을 받았어요.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족시키는 삶을 발견했어요. 온 정성을 다해서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외에 무얼 더 바랄 수 있겠어요. (P330)  

   

사람이란 뭔가 좋은 걸 기대하며 살게 마련인데, 기대할 게 없다면 그게 어디 삶이야?

선량한 사람은 혼자 살지 않아. 주위에 항상 사람들이 모여드는 법이거든… (P371)     


만국의 노동자들이 고개를 쳐들고 <이젠 됐어>라고 단호히 말할 그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그럼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삶을 원치 않게 될 겁니다. 그날이 오면 자신들의 탐욕으로 가진 자, 행세를 하던 자들의 헛된 힘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고 그들의 발 밑에서 땅덩어리가 뿌리째 흔들려 결국 그들이 발 디디고 의지할 곳이라곤 하나도 남아 나지 않게 될 겁니다 ······.         (P381)   

  

가는 곳마다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이 그 황홀함을 뽐내고 있나 말이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들로부터 차단되어 있고 곁을 스쳐 날아가되 눈에 보이질 않아요. 사람들은 그저 허우적거릴 뿐, 아는 것도 하나 없고 어느 것에도 도취될 수 없으며, 또 그렇게 할 시간도, 욕망도 없어요. 대지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얼마나 많은 경이로움이 그 대지 안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를 사람들이 안다면, 얼마나 큰 기쁨을 얻게 될까! 모든 건 모두를 위해서, 하나하나 또한 전체를 위해서, 안 그러오?                    (P392) 


아주 작은 행복이라도 모두에겐 좋은 거예요.. (P405) 


난 고결한 사람들의 불멸을 믿어요. 내게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행복을 주었던 바로 그런 사람들의 불멸을, 그리고 난 그런 사람들이 준 삶으로 해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되었고 결국엔 놀랍도록 복잡한 삶의 성격, 현상의 다양함과 내 심장만큼이나 소중한 사상의 성장에 넋을 잃고 말았답니다. 우린 어쩌면 감정 표현에 지나치게 인색해서 생각만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우린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서 평가나 할 줄 알지 느끼지는 못하는 것이죠.....                 (P430)

    

전에는 삶이라는 것이 어딘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구 때문에, 또 무엇을 위해서 진행되는지도 모르는 채 흘러가 버렸다면, 지금은 많은 것들이 바로 그녀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더욱이 그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녀의 가슴속에선 자신에 대한 불신과 만족, 그리고 의혹과 조용한 우수의 감정이 복잡하게 뒤얽혔다. (P436)     


여러분은 여러분의 삶이 어떤 상태인지 보지도 못했습니까? 놈들이 어떻게 여러분을 약탈하고 어떻게 속이며 또 어떻게 피를 빨아 가는가를 여러분은 모르고 있단 말입니까? 모든 일이 다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에서 첫째가는 힘인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여러분이 가진 권리가 뭐가 있습니까? 굶어 죽을 권리밖에 더 있습니까? 그게 여러분이 갖고 있는 유일한 권리 아닙니까?      (P474)   

  

사는거야 문제가 아닌데, 웅덩이 속에 주저앉아 살지 않으려면 많이 알아야 해요. 그만한 힘을 길러야 한단 말입니다. (P476)     


삶이란 개간도 안한 울퉁불퉁한 들판으로 자유롭고 정직한 손들을 통해 알찬 수확을 약속하며 말없이 그 일꾼을 기다리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P484)


진리와 이성의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이 모두에게 사랑을 가져다 줄 것이오. 그리고 새로운 하늘로 모든 사물을 덮어 주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모든 사물을 환히 비출 것입니다. 그러면 애들의 전세계에 대한 사랑의 불길에 휩싸인, 그런 새로운 삶이 창조될 것입니다. 누가 과연 이 사랑의 불길을 끌 수 있겠소, 그게 누구란 말이오?       (P631)     


모두를 위한 모든 것이자, 모두를 위한 모두요. 이게 내가 모두를 생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오. 진정, 당신들 모두는 동지이고 친척이며, 모두 한 어머니의 자식들이오.           (P633)      


예술은 부단히 발전한다. 이러한 발전의 본질은 현실에 대한 한결 깊이 있는 이해, 묘사되는 세계—인간과 사회, 역사적 상황—에 대한 관계의 성격 변화에 있다. 낭만주의 예술도, 리얼리즘적 예술도 주변의 실제 세계를 자신의 대상으로 갖는다. 현실에 대한 리얼리즘적 표현 원칙들은 낭만주의적 원칙들과 접촉하면서 또 본질적으로는 그것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리얼리즘의 중요한 특성은 전형적인 상황에서 전형적인 성격의 진실한 재현에 있다.            (P652,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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