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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un 24. 2024

광화문에서 #12

타이어


“인간이란 결심해놓고 깨뜨리기 일쑤라오.

사람의 의지는 결국 기억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 것, 생길 때는 맹렬하나 살아가는 힘은 약한 것이오. 그것은 마치 열매 같은 것, 안 익었을 때에는 가지에 매달려 있다가도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고 마오.

자신에 대한 빚을 스스로 갚기를 잊는 것도 인정상 어쩔 수 없거니와, 격정에 못 이겨 세운 뜻은 그 실행이 식으면 끝나는 것이오. 슬픔이나 기쁨이나 그 격정이 지나면 그 실행의 힘도 함께 사라지고 마오. 기쁨이 지극하면 슬픔도 지극하고, 하찮은 일로 희비喜悲가 뒤바뀌게 마련이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우리의 사랑이 운명의 변화와 더불어 변한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오. 사랑이 운명을 이끄느냐. 운명이 사랑을 이끄느냐. 이는 아직도 풀지 못한 문제요. 세도가가 몰락하면 그 아래 무리들도 흩어지고, 미천한 자도 입신하면 어제의 원수가 친구로 변하는 것이오.

이는 사랑이 운명을 따르는 증거이며, 부유한 자는 친구가 모자라는 법이 없는 반면, 가난한 자는 부실한 친구를 시험해 보다가 도리어 단 번에 원수를 사고 마는 법이오, 아무튼 시작했던 말을 맺자면 우리의 의사와 운명은 엇갈리기 때문에 우리의 계획은 늘 뒤바뀌고 마오. 뜻하는 것은 자유지만, 성과는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오.“


세익스피어의 <햄릿>제 3막 제 2장 <무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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