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사는 것이 더이상 미덕이 아닌 세상이다.
주5일제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느껴질 만큼 오래되었고 이제는 주 4일제가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다. 코로나 이후 시행된 재택 근무 덕인지 탄력근무나 자율근무를 채택한 기업도 있고 9to6 근무를 입사조건으로 품고 있는 취준생들이 대부분.
덕분에(주말 및 공휴일엔 공사가 금지된 아파트가 많은 관계로) 나 역시도 대부분의 주말을 여느 직장인들처럼 쉬게 되는 날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정이 빡빡한 인테리어 공사의 특성상 불안하기도 하지만 규칙적인 휴식과 일정으로 인해서 생활이 안정되는 듯한 고무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가정도 이루지 않은 내가 남아도는 시간을 채워 나가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핑계지만 규칙적인 휴일을 가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와 교류가 필요한 여가생활은 시도해 보지도 못했고 정기적인 약속이 필요한 모임도 끊긴지 오래. 대부분이 가정을 꾸리고 있기에 느닷없이 친구들을 불러내기도 멋쩍은 상황인 것이다.
빨래를 돌리고 이불을 털고 청소를 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느적느적 걸어나가 커피를 한잔 사고는 커피숍 한켠의 테라스를 서성거리면서 잡생각에도 빠져보고 땀이나 흘리자는 생각에 헬스장을 찾아 시계도 보지 않고 운동에 집중해 본다. 아..그래도 시간이 남아..옛날엔 일요일은 시간이 두배로 빨리 가는 마법같은 일들도 자주 겪었는데 말이다.
정신없이 일을 하며 하루를 빡빡하게 채웠던 지난 시간들이 쌓여오면서 나는 비어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뭔가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고 하지 않은 것 같은 찜찜함.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조바심.
가슴 한 가운데 볼링공 만한 구멍이 뻥 하고 뚫려 버린 것 같다가 별안간 확~하고 밀려들어와 채워지는 감정의 소용돌이.
"아 시발..이거 그거네. 외로움."
울리지 않는 휴대폰. 기다릴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덩그러니 놓여진 하루의 시간이 이리도 괴로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뭐라도 해야지. 뭐라도 해야지 않나. 어디라도 가야하지 않나. 어떻게 채워야 하나 이 긴 시간을. 차라리 자버릴까. 빨리 내일이 와서 다시 일 하러 나가면 좋겠다.
힘든 일 하는게 썩 달갑지는 않지만 텅 빈 시간속에 홀로 내던져지는 것 보다는 낫다. 차라리 일정에 쫓기고 쌍욕이 오가는 현장에서 비록 공적일 지라도 사람과 마주하고 사는게 나을 것 같다.
혼자여서 슬픈 사람들의 모임같은거 어디 없나 싶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친구도 하고 이웃도 하고..외롭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