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서는 안 되는 이유.
몇 번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괜찮아질 거야.
아니. 내가 오해하는 걸 거야.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니까.
그런데 아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속에서 열불이 났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내게 그를 언급하며 혀를 내둘렀다.
같이 일해 본 적 없지만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고 능력도 좋은 분으로 함께 일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뻤다.
인수인계를 받으며 정리한 자료에 업무를 하며 쌓아온 유용한 정보를 정리해 둔 파일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팀 개편을 할 때 아끼는 직원을 픽해서 데리고 갔음에도 한마디 하지 않았다. 잘하는 직원들 위주로 내어주게 되었지만 직원들에게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내 새끼로 품고 싶은 욕심은 버렸다. 그렇게 내어주었겠만 이상한 직원을 주었다는 둥 좋은 소리는 못 들었다. 거기까지만 했어도 되었을 텐데.
이거 밟아도 되죠?
내 옆에 앉은 분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더니 내가 본인을 갈군다며 힘들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국어사전에 정의를 찾아봤다.
갈구다 : (속되게) 사람을 교묘하게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다.
순간 잘못들은 것인가 싶어 혹시 제 얘기한 건지 물어봤다. 당황한 기색으로 오해라며 횡설수설했다.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고 다 느끼는 것이 다르니까 오해가 있었겠지 다음에 둘이 얘기를 나눠봐야지 삼켰다.
말은 주어 담을 수 없다는 말처럼 삽시간 소문은 퍼졌고 사실여부를 물어왔다. 그냥 오해라며 웃어넘겼다.
누가 잘못했고 잘했고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적어도 정이란 게 있었다.
아무리 각자의 입장이 다르겠지만 공지해야 하거나 보고해야 할 업무를 미루는 태도를 보고도 별말 없이 해줬다. 퇴사하는 직원 발생으로 인사이동이 한창 이뤄지던 때 본인 팀원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기에 그럴 마음이 없다고 상부에도 의사를 표했다. 믿지 않고 부장님께 귀에 딱지 않을 정도로 했는지 머리를 저으며 많이 들었다고 하셨다. 느닷없이 사무실로 오라는 부장님의 호출로 가보니 새로운 직원이 있었고 그 직원이 우리 팀원이 될 거라고 듣게 되었다. 그는 선약이 있다며 미리 나갔던 상황으로 보지 못했다. 이게 시발점이 되었다. 우리 팀으로 배정될 직원이라 그에게 전화하지 않았는데 연락을 줬어야 했다며 다음부터는 꼭 알려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부장님께서 직접 지시한 교육에 대한 업무를 맡겨진 어느 날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안 되는 자료를 공개해 버렸다. 뒷수습은 내 몫이라 어떻게 하다가 유출한 건지 경위를 묻게 되었는데 네가 대외비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며 탓을 하는 게 아닌가. 그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막는 게 급선무였기에 해결을 겨우 하고 한숨을 돌렸다. 여기저기서 잡음이 많이 들려왔다. 그와 일하기 힘들다는 곡소리였다. 동시에 그를 갈군다는 게 진실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나도 억울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가만히가 되겠구나 싶던 찰나.
직원들과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회사에서 그에게만 주어진 특혜를 논하던 중 본인이 화나면 무섭다며 내게 경고를 날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질세라 제가 화난 거 보신 적 있냐며 웃음끼 사라진 모습으로 대응했다. 일순간 분위기는 싸해졌고 그 이후 그가 질문을 하면 간결한 답만 주고 사적인 대화를 일절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인내심의 임계점에 도달해갈 무렵 대화를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혹시 이어폰 꽂고 있니?
그의 입에선 내가 무언가 숨기며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며 소통의 부재가 문제라고 했다. 전과 달리 질문을 하면 왜 간결한 답변만 주냐는 불만을 내비치며 싸우자는 말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나빴다.
그와 내가 소통의 기준이 서로 다를 수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내 입장에서 최대한 공유를 했는데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칼로 찔러두고 실수라며 미안하다고 하면 없던 일이 되냐며 그동안 그에게 받은 상처를 언급하며 삼킨 게 그동안 많았다 얘기했다. 그런데 본인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상호 간의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었다. 네가 소통을 잘해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다. 그러니 이런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하며 끝이 났다.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사고를 치고 다녀도 최대한 중립으로 지키려고 노력했다. 왜 그랬을까 후회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더 이상은 못하겠다. 사람은 이기적이라 하지만 상대방에게 최소한 예의도 차리지 않으며 본인 이익만 챙기려는 사람에게 내어줄 공간은 폐업했다.
웃을 수 없다면 우리는 모두 돌아버릴 것이다.
- 지미 버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