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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Dec 16. 2023

1월생이기도 한데 아니기도 해요.

나의 일기장 part 1. 

성년이 되기 전까진 별감흥이 없었고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도 못 했다. 원래라면 참여가능한 모임도 걸림돌이 되었다. 동년배만 이해가능할 빠른 생이다. 또 다른 반전은 빠른 생이 아니다. 무슨 소리인지 싶을 거다.


빠른 생임과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남아선호사상이 심한 지역 장남에게 공주님 탄생은 환영받지 못했다. 출생신고를 못할 정도로 말이다. 실제 바깥공기를 쐐고도 한참이 지나 1월에 신고를 한 덕분에 빠른 생이 되었다. 대학생 때는 신분증검사로 거절당하다 보니 술을 마시려면 여러 곳을 수소문해야 했다는 사실로 미안함에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시간이 지나 괜찮아지는 줄로만 알았다.


산 넘어 산이랄까. 직장에 들어가니 신분증에 기재된 생일로 축하해 주는 게 아닌가. 매년 사정을 얘기했지만 도루묵이었고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처럼 실제 생일인 듯 축하해 주는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축하를 두배로 받는 사람이라며 살아왔다. "생일을 그럼 두 번 다 챙겨? 왜 그렇게 된 거야?"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이직을 하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다. 바로 카카오톡에 실제 생일로 기념일을 설정해 두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팀원이 연차가능일자를 물어왔다. 업무량도 적당하고 휴가자가 많지 않으니 편하게 사용하라고 답변을 했다. 팀장님 생일이니까 휴가 사용하는 게 좋을 거 같다며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멍해졌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민증상의 생일은 1월생이라 이번달에는 쓸 일이 없다며 돌려보냈다.  




그렇게 생일날이 밝았다. 평소와 같이 출근을 했고 생일에 출근을 하면 일이 꼬이는 징크스를 가진 내겐 어김없이 야근은 확정이었다. 몸의 상태도 좋지 않았거니와 내심 생일을 알고 있는 이가 있겠지 했던 기대와 달리 

팀원 중 한 명도 일이 많아서인지 모르는 기색이었다. 섭섭함에 급한 불만 꺼두고 퇴근을 서둘렀다. 



훗날 들어보니 인사과에서는 1월생이 맞다 하고 카카오톡에 생일 알림에는 현재로 떠서 그들끼리 혼란스러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럼 1월에 생일 챙겨줘 하고 웃으며 마무리했는데 마음에 걸렸던 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준비하는 걸 전혀 몰랐다. 그날따라 속이 불편해서 점심을 먹지 않고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직원 두 명과 눈이 마주쳤다. 



눈에서 점심을 드셔야 할 분이 왜 저기 게시지라는 당황한 표정과 함께 홍당무로 변해갔다. 왜 그러나 싶어 다가갔더니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게 아닌가. 모르는 걸로 할게 했더니 직원이 이왕 이렇게 된 거 언제 축하드릴까요 하는데 실소가 터졌다. 직원들 밥 다 먹고 오면 하자고 말이 끝났는데 이건 또 어떻게 된 상황일까. 정수기에 물을 뜨러 갔더니 케이크에 초를 켜고 있다.  빠르게 못 본 거라며 자리로 다급히 돌아왔다. 서프라이즈를 몰랐다는 듯 태평하게 입장해서 팀원들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라는 소원을 빌고 질끈 감고 초를 불었다. 꼭 이 소원이 이뤄지길. 팀원의 절반이 남직원이라 꽃다발을 쭈뼛쭈뼛  얼마나 부끄러웠을지 뭉클했다. 젊음을 유지해야 된다며 콜라겐을 챙겨준 선물 센스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사람으로 직원들에게 고마운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항상 배우고 노력하자. 

행복하고 고마웠던 순간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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