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것과 결이 유사했다. 그에게 직접 경고를 주었음에도 경고는 잔소리로 치부되었고 어색함만 남았다. 직급이 높은 그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안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 잊히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 그가 자리를 장시간 비웠다.
감사팀에 불려 갔다 왔다며 눈치를 주는 게 아닌가.
그는 본인을 위한 행동이 아닌 회사와 직원을 위한 일이라고 했다.
듣고만 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옳다고 해서 내 생각조차 옳다고 바꿔야 하는 건 아니니까.
감사팀에서 최종판단을 할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지방발령을 통보받았다. 억울하다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증발하듯 사라졌다.
그의 공백으로 인해 업무는 과중됐고 혼자 끙끙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나로 인해 이 일이 벌어졌다고 보는 시선이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지리라고 정말 예상을 하지 못했던 걸까.
상사가 힘들어하는 내게 영원한 거짓말은 없다며 알고 있었다면 이 정도는 예상한 거겠지 네가 감당할 몫이라며 힘내라며 등을 토닥였다.
힘들다 내뱉을 시간조차 없이 시간은 훌쩍 지나 24년도를 맞이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승리한다.
2024년도는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사회초년생이라면 한 귀로 흘리지 않았으면 하는 라떼는 말이야.
자가로 집을 구매했다는 선배 소식을 듣고 선배와 친한 지인과 얘기를 나누던 중 무의식 중에 얘기한 적이 있다. 좋은 일이라 생각했던 터라 실례가 되리란 판단을 못했던 나와 달리 선배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 이후로도 친한 사이라 생각했던 친구에게만 했던 이야기를 안주삼아 지인들에게 말하고 다닌 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 변했던 거일지도 모르겠다.
직장인으로서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법을 취득했다. 좋던 나쁘던 과 무관하게 듣고 흘린다.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반응하면 구설수에 오를 일도 미움을 살 일도 없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라 득 보다 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