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여름쯤, 토스에서 유튜브 채널에 PO Session이라는 시리즈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이승건 대표가 직접 출연하여 Growth hacking 관련한 몇몇 개념들을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러 영상들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사람들의 얘깃거리를 만든 것은 첫 번째 영상인 CC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은 시들해졌다 해도)이 영상이 재밌는 이유는 영상 자체의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블로거가 해당 개념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올렸었고, 그 글에 대해 토스 측에서 후속 답변을 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성장론에 대해 건전한 토론을 지켜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고, 그 과정을 짚어보며 나름의 감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영상에서 나온 Carrying Capacity란, 사용자의 자연적인 유입과 이탈에 의해 정의되는 서비스의 미래가치 (최종적으로 도달하게 될 활성유저의 수)를 의미합니다. 서비스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본질적인 효용성 밖에 없으며, 그 효용성에 따라 MAU는 자연적으로 특정 지점에 수렴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들(마케팅, 외부 이슈 등)은 서비스 본질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기에, 많은 마케터, 전략, 제품 관련한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특히 마케팅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말이 꽤나 크게 다가왔습니다.
원본 영상
해당 영상은 많은 이슈를 만들었고, 특히 한 블로거의 CC에 대한 비판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블로거가 첫 번째로 지적한 점은, 고객의 유입과 이탈 외에 '시장의 크기'가 CC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CC를 계산했을 때 75만 명이 나왔는데, 사업이 속한 시장의 크기가 10만 명이라면 과연 75만 명짜리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냐는 지적입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단기적으로 CC가 계속 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빠른 변화에 따라 유입속도와 이탈속도 모두 변화하는 것이며, 서비스의 출시 / 개선 / 네트워크 효과 등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모두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세 번째 지적은, Paid Marketing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CAC(고객획득비용)보다 LTV(고객가치)가 커진 상황에서는 마케팅으로 유저를 획득하는 것이 충분한 플러스 효과를 가져온다는 말입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Paid Marketing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점 또한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시장의 크기'는 이미 CC에 반영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애초에 고객이 10만 명 밖에 없는 시장에서는 CC가 75만 명으로 측정될 수 없을 것이란 내용입니다.
두 번째 CC가 변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유입과 이탈은 변하지 않고, 이를 측정할 때는 단기적인 효과를 모두 걷어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Organic growth와 Churn의 정의를 명확히 한다면 CC는 시시각각 변할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세 번째 Paid Marketing에 대해서는,
CAC < LTV 인 상황이더라도 광고를 하면 할수록 평균적인 고객 획득비용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 장기적인 성장 전략으로는 가져갈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반박에 대한 반박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서 쓸모없는 개념인가
이 핑퐁을 보면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생각하다 보니, 마치 대학생 시절 경제학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요한 가설에 기반하여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풀어낸 경제학 공식처럼, 서비스의 본질적 크기를 간단한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 유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경제학 공식을 접하게 되면 그 간단명료함에 감탄하게 되지만, 실제 적용하려면 한두 가지 변수로는 풀어낼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CC도 마찬가지일 것인 게, Organic growth와 이탈률을 구해내는 것부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회학도들이 쓸모없는 지식을 배운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 이론도 알고 있다 보면 회사생활하는데 쏠쏠하게 사용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CC 개념이 지니는 의미를 여기서 찾습니다. 'CC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
서비스의 본질적 효용성을 염두에 두고, 활성/이탈 등의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 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도메인지식을 쌓다 보면, 추상적으로 느껴왔던 서비스 성장에 관한 현상을 공식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