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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atsall Jun 14. 2023

회고 : 1인 TF에서 팀장이 되기까지

딱 1년 전, 중고나라라는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평화로운 중고나라 바로 그곳 맞습니다.)


이직 당시 직무와 조직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고, 다만 '그로스해킹 개념을 퍼뜨리는 데이터 분석가'의 역할만이 주어졌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그로스전략팀'이라는 엄연한 정식 팀이 되어 팀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간 겪었던 우여곡절들과 그때마다 제가 취했던 태도와 행동들을 정리해 보며 앞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찾으려 합니다. 혹여나 저처럼 회사에서 혼자서 새로운 무언갈 해보려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씁니다.



팀이 없던 시절 : 에반젤리스트


입사 후 약 4개월 동안은 소속 팀이 없었고, 그저 회사 내에서 유일한 데이터 분석가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일종의 '선전'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코호트 분석이나 유저 행동을 기반으로 한 거래액 추정 등의 작업을 조용히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널리 알려보려고 했습니다. 조직장의 지원을 받아 전사 리더 회의에서 발표를 하거나, 슬랙에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우리도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로스해킹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면서도 그로스해킹 스터디를 주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다행히 위에서 Growth TF라는 걸 만들어주셔서 마케터 몇 분 들과 주 1회 미팅은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고, 그때마다 저는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다 파헤쳐보자'며 신이 났었던 듯합니다. TF는 멤버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급조된 것이긴 했지만, 다행히 그 TF를 계기로 협업의 물꼬를 틀 수 있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듯 입사하자마자 나댈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데이터 드리븐이나 그로스해킹 같은 개념들이 경영진들 사이에서 싹트고 있었고, 그걸 실제 업무로 보여줄 사람이 저였던 것 같습니다. 도메인 지식도 전혀 없는 업계에 처음 생기는 직무로 이직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조직장인 CFO님께 잘 가이드받으며 제 역할을 비교적 빨리 찾을 수 있었던 듯합니다. 새로운 조직문화나 경영방식을 도입하는 건 경영자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래도 절반의 배경을 가진채 시작한 편이었습니다.



팀은 있고 팀장은 없던 시절 : 몽상가


4개월 후 무소속에서 '그로스전략팀'으로 팀이 생겼고, 팀원도 2명이나 늘었습니다. 팀장은 여전히 공석이긴 했지만, 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이 기간에는 야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같은 팀이 된 주니어 데이터 분석가 2명은 매우 유능하였으며, 그들을 통해 이전에 시도하지 못했던 작업들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유저 클러스터링, 유저 이탈 징후 발견과 같은 머신러닝 개념들에도 도전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슈를 공유받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은 이어졌는데, 당시팀장의 부재가 원인이라 생각했습니다. 기획/개발 조직과 충분한 소통을 하고, 실행 부서들이 우리 팀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팀장 포지션의 채용이 보류되어서 이도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시도하고자 했던 프로젝트들이 꽤나 무거운 것도 문제였는데, 팀원들이 유능할지언정 충분한 시간과 협력조직을 갖추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한 게 실수였습니다. 결국 이 시기에는 분석이 분석으로 끝나는 일들이 생겼습니다.


조직이 신설된 만큼 실효성 있는 결과물을 요구받았고, 그 기대치만큼 안되자 '저들은 대체 무얼 하냐'라는 말도 일부 나왔던 것 같습니다. 비록 제가 팀 리더는 아니었지만 팀의 시니어로서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새로 생긴 조직임에도 너무 일찍 '우리 팀'만의 영향력을 믿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의 업무 체계와 R&R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팀장'위주로 회의체가 형성되고 업무가 진행된다면 그 자리는 어느 순간이라도 공석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비록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회사가 바라는 역량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팀이 더 커지고 팀장이 된 지금


1인 TF 담당자에서 정규 조직의 팀장이 되었지만 고민할 거리는 더 커졌습니다. 팀장의 KPI는 팀원 개개인의 영향력을 키우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것들을 챙겨야겠지만, 일단 유의미한 업무지시협업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나름 정리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업무지시가 유의미하려면 그 업무지시자가 똑똑해야 할 것이고, 협업을 많이 만들려면 공식적이던 자잘하게던 말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둘 다 어떤 식으로 일을 풀어나갈지 구체적으론 생각이 잡히지 않았지만, 다른 팀장분들의 회고록을 참고하며 가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지금 회고록과 1년 뒤 쓸 회고록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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