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1인분 주세요

간호사와 사기업 직장인이 생각하는 1인분

by Thatsall

1.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했던 아내와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우리가 조직생활을 굉장히 다르게 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2. ‘시켰으면 해야지’ VS ‘할 수 있다면 해야지’


3. 병원과 같은 교대근무 환경에서는 ‘1인분’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초과근무로 해결할 수 없고, 따라서 제때에 1인분을 해내지 못하면 팀이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근무 시간 동안 최상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업무를 마무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즉, 시킨 일은 그게 무엇이 되었든 해야 합니다.


4. 사기업에서는 조직의 장기적인 성과, 평균적인 성과를 봅니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기여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에, 개개인의 즉각적인 대응능력은 옵션 정도로 쳐줍니다. 일부 엘리트나 허슬러가 혁신을 주도하기 때문에, 인력의 최저점보다는 최고점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경향도 강합니다. 온보딩 기간도 보통 3개월 정도로 길게 설정됩니다. 즉, 시키지 않더라도 할 수 있다면 해야 합니다.


5. ‘사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널널하게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힘들게 일합니다. 다만, 업무의 강도와 집중력 측면에서 간호사의 근무 방식이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1인분’을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그 책임을 짧은 시간 안에 철저히 수행하는 자세는 어느 조직에서든 적용할만합니다.


6. 요즘 ‘받는 만큼 일한다’라는 말을 종종 봅니다. 그럼 반대로 ‘받는 만큼이라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놀고싶은 젊은이, 적응 못하는 시니어, 역할 없이 몸값만 높아진 관리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질문입니다. 통상 쓰는 '1인분'이라는 표현은 업무가 갖는 가치창출 능력으로 해석되는데요. 그게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업무의 완벽수행 능력이라면 의미가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자조적으로 물어봅니다. 나는 받는 만큼 일 했는가. 성장을 핑계 삼고 실패하지는 않았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의 교대근무 환경은 많은 문제가 있고, 비판과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호봉제로 임금이 결정되기에 개인적인 성과를 보상받기 어렵고, 결국 사명감 외에는 일의 동력을 찾기 힘든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의 대부분의 문제는 균형이 무너질 때 발생하며,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기울면 눈에 띄는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환경을 이해하고,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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