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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새 Oct 27. 2023

마음이...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해

답답하다, 먹먹하다, 막막하다, 아득하다, 깝깝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슬프다.

작년 이맘때의 충격을 마음과 몸이 먼저 반응처럼 기억해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새벽녘에 들은 뉴스는 꿈결인 듯 했다. 

"그게 진짜 일어난 일이라구?"

새벽이 어둠을 조금씩 밀어낼 쯤 되어서야 그 일도 내 의식으로 받아들여지며 선명해졌다.

그러나, 이내 그 일은 다시 덮어야만 했던 권력자들의 모략에 사회적으로 흐릿해지게 하기 전략 전술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더 또렷해졌다. 누군가 가리려 하면 할 수록, 없었던 일 취급을 하려 할 수록 또렷해지는 수많은 죽음은 우리의 삶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슬픔이 우리를 모두 침몰시켰다. 그러나 절대 그냥 가라앉을 일이 아니었기에 다시 서서히 떠올랐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절대 그냥 사라지는 법이 없다. 그 슬픔은 가슴이 뻐근한 몸의 아픔으로 남았다. 낭만에 젖어 10월의 마지막날을 노래부르던 20,30대를 지나 50 언저리에 다가와서 나는 이제 그 시절 내 나이에 먼저 죽은 아이들을 차갑게 기억한다. 의식을 또렷하게 차려 응시하며 기억한다. 기억하기 위해 애써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 부근 뼈부터 묵직한 무게감으로 내려앉는 몸의 반응이 절로 내 기억을 소환한다.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이길래, 그들의 손을 놓쳤는지 되새기고 죄책감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얼버무리거나 널부러지지 않고 그 죄책감으로 바락바락 잘 살아내고자 한다. 


나는 이제부터 그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울 것이다. 매년 10월 마지막날에 이제 내가 부를 노래는 초혼곡이다. 이 초혼곡은 살아남은 자들이 어깨 걸고 함께 부를 행진곡이 될 것이다. 다시는 이 나라, 그 어떤 골목 길바닥도 그 어떤 바닷길, 하늘길에서도 무너지거나 깔리거나 가라앉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할 행진곡이다. 우리의 거대한 슬픔은 다음 세대가 그저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은 되게 할 바탕이 될 것이다. 그 바탕을 우리가 어깨 걸고 떠 바쳐 깔아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내 자식을 당당하게 살아가게 할 유일한 부모 노릇, 어른 노릇은 이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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