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반사되어 벽면에 비친 나의 그림자(사진)가 마치 흑백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문득 영화의 출발점도 저런 그림자 보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지된 단편이 아닌 연속적이며 동적인 장편 그림자를 만들려 한 것이 영화의 시발점 아니었을까 싶은 것.
그런데 그림자는 플라톤 철학의 핵심인 이데아의 그림자를 떠올리게도 한다. 플라톤은 우리가 사는 현실이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영화는 이 이데아 그림자의 그림자일 터. 플라톤이 만일 오늘날 영화의 흥성을 본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어찌 저런 허망한 짓들을! 실제[이데아]와는 점점 멀어지니, 참으로 통탄스럽도다!” 훗.
영화는 꿈을 키워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플라톤의 가상 경고처럼 그림자의 그림자인 것을 인지하지 못해 실제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드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모방 범죄의 상당수가 영상 매체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미디어의 발달로 영화를 손쉽게 접하는 오늘날 골동 철학자 플라톤의 가상 탄식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하여 플라톤의 이런 경고도 들리는 듯 하다. “야들아, 그림자에 집착해도 안 되는디 그림자의 그림자에 집착하는 건 더더욱 안 될 일 아니것냐! 실제를 봐야 혀! 실제를!”
영화 흥행이 안돼 영화인들이 힘들다는데, 괜히 초치는 소리를 한 것 같다. 그림자를 보고서 그냥 한담 한 번 해본 것이니 혹 불쾌하셨다면 너른 마음으로 용서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