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볼 게 너무 많습니다.
낙하.
다정히 떨어지는 두 줄기의 물,
시들어가는 호박잎,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으로 자라는 댓잎
다 떨어지기 전에 어서 보랍니다.
산은 또 가만있나요.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는 나무들로 메워져 숲을 이룹니다. 산 아래 익어가는 감나무의 감도 봐 달라고 합니다.
하얀색의 부추꽃이 다 지기 전에 봐 달라고 보채고 더위에 오므라진 들꽃도 부릅니다. 말라가는 오이 덩굴은 또 어떡하고요. 눈이 바쁩니다. 이 맛에 걷고 또 걷습니다.
논두렁 아래 고랑에는 작지만 바닥에 쿡 박혀서 제 자리를 지키는 윤기 나는 돌이 있습니다. 그 위를 슬쩍 올라앉아 졸졸 지나가는 물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물과 돌이 하나 되는 찰나입니다. 바로 옆 솔 숲에는 난리가 났습니다. 새들의 목소리가 한데 섞이어 합창을 합니다.
성인 키 보다 훌쩍 커버린 뾰족한 풀들은 보기만 해도 아픕니다. 거칠고 날카로운 풀 무더기가 허리를 꺾어 논두렁 옆으로 높게 쌓아 놓은 수로의 덮개가 되었습니다. 산 짐승이 딴청 피우다 숲인 줄 알고 폴짝 수로로 뛰어들지도 모릅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발바닥에도 감이 옵니다. 쩍쩍 갈라진 시멘트 바닥을 지날 땐 발바닥이 기우뚱거립니다. 바닥이 평평하기만 하다면 느낄 수 없는 것이지요. 땅바닥에 흐르는 황토물을 만나면 뒤꿈치를 들고 천천히 한 발 한 발 딛습니다. 이럴 땐 혼자서 신이 납니다.
어떤 것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습니다.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깊고 깊은 마음 가방에 자연 풍경을 가득가득 채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