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아는 사람 Oct 05. 2023

작가의 시선으로 보면

작가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것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새벽녘 출근 하는 나를 위해 새들이 노래하고 찹찹한 공기가 정신을 깨운다. 한 눈 파는 사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새끼 고라니가 놀라서 무성한 풀들을 밀치고 달아난다. 실상 더 놀란 나는 가만있는데 말이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생긴 웅덩이 쪽에서 뛰쳐나왔다.  고라니는 목을 축이러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산에서 내려온 것 같다. 지난번엔 큰 고라니를 봤는데 새끼 고라니를 보니 그 어미 고라니 생각이 난다.


고라니의 출몰로 마음이 들썩이는 틈을 타 가로등이 하나씩 빛을 거둔다. 가로등끼리 미리 순서를 정해 놓은 듯 하나씩 꺼내어 놓았던 빛의 화살을 마셔 버린다. 붙잡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다음 차례인가 나머지 가로등도 마저 뿌려 둔 빛의 화살촉을 거둔다. 가로등이 꺼지면 내 눈은 더 밝아진다. 점점 더 밝아지고 커지면서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어둠 속에서 집중하다 보면 새벽의 속삭임이 잔잔히 스며든다. 살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모든 만물의 꿈틀거림과 속삭임을 엿본다.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해님의 등장 이전에만 볼 수 있는 숨은 보석들이 곳곳에 숨어서 염탐을 한다. 전부 보여 주겠다는 듯 기웃기웃한다. 내일 이 시간이 되어야만 만날 수 있고 볼 수 있는 그것. 그것은 생생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늘 때문에 습진이 생겼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