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데리고 출근하는데 아이는 왜 안 될까요?

<영국 17년 차, 아직도 초보입니다>

by 은주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해도 될까요?”

재택근무를 하던 나에게 본사에서 오피스 출근을 권했다. 처음엔 이유도 없이 '싫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는 계약서 조항을 뒤지고 있었다. 재차 확인한 계약서에는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었다. 다만 회사가 원할 경우 사무실 출근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함께 있었다.


회사의 근무 환경은 나쁘지 않다. 점심으로 초밥이나 일본식 카레를 먹을 수 있고, 산책할 수 있는 정원도 있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는 티 브레이크 시간이 있어 간식도 나온다. 다만 차가 너무 막히고 교통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강아지는 내가 재택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였다. 만두를 입양한 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6월이었다. 하루 종일 함께 있어 훈련시키기에도 좋았고, 매일의 루틴을 만들기에도 수월했다. 세 살이 넘은 후에는 만두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고, 나는 산책이나 놀이할 때 공 던져주는 사람이었다.


안 된다고 하면 재택근무의 이유로 강아지를 내세워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본인 법인장은 한껏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도기 퍼슨’이라며 데려오라고 했다. 그렇게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만두와 함께 사무실로 출근하게 됐다. 책상 옆 서류 캐비닛 구석에 방석과 물을 놓아두면 만두는 그 안으로 쏙 들어가 잠을 잤다.


사무실에서 혹시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만두는 중요한 볼일은 밖에서 하는 훈련이 잘 되어 있었다.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지만 오히려 조용한 사무실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가 되었다.


아침이면 직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굿모닝’ 인사를 하듯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손도 주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짧은 다리로 온몸을 들어 올려 하이파이브도 한다. 아침 접대를 마치고 나면 직장 생활이 고단한지 방석으로 돌아가 10시까지 곤히 잔다. 조용한 회사에서 코를 크게 골며 자는 통에 민망할 때도 있었지만, 긴장된 분위기를 웃음으로 풀어주는 모두의 비타민이다.


강아지는 냄새로 시간을 안다고 한다. 우리의 퇴근 시간은 4시인데, 혹시라도 잔무를 처리하느라 1분이라도 늦으면 집에 가자며 낑낑거린다. 서머타임이 끝난 어느 날은 3시부터 보채는 통에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렇게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직원들도 하나둘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하기 시작해 지금은 모두 세 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물론 오피스가 달라 서로 마주칠 일은 없다.


어느 날, 만두와 놀아 주던 소니아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다니엘이 강아지라면 데려올 텐데.”

그녀는 4살 된 첫째 아들 다니엘을 유아원에 두고 출근한다. 현재 임신 중인 그녀는 출산 후 회사 복귀가 걱정이다. 워킹맘을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영국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여전히 버겁다. 육아휴직은 1년이고 아이가 3살이 되어야 교육비 지원이 된다. 종일반으로 아이를 보내는 비용은 월급을 넘어선다. 그러다 보니 직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이 아이 한 명당 국가 지원 정책만 놓고 보면 영국보다 나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다만 조직 문화는 어떨지 모르겠다. 임신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바뀌었으리라.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다면, 아이는 왜 안 될까?’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들을 배려하는 문화가 더 단단히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 의문이 들었다.

언젠가는 강아지처럼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신의 일과 삶을 사랑하는 모든 워킹맘들 응원하며 아이 둘을 키우며 오늘도 일과 육아 속에서 분투하는 슈퍼우먼 같은 친구가, 조금은 덜 애써도 되는 하루를 보냈기를 소망해 본다.

회의실 밖에서 쳐다보는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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